게임중독에 빠진 아빠에게 학대받다 탈출했던 인천의 열한 살 소녀가 각지에서 답지한 온정으로 인해 행복한 성탄절을 보냈다.
A양 사건을 수사한 인천 연수경찰서 경찰관 3명은 24일 밤 병원을 방문해 A양에게 토끼 인형을 선물했다. A양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서였다. A양은 ‘성탄절 선물로 뭘 받고 싶으냐’는 경찰관들의 질문에 주저 없이 ‘토끼 인형’을 꼽았다고 한다. 늘 곁에 두고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인형이 갖고 싶은데 가장 좋아하는 토끼 인형이면 더 좋다는 것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 1학기를 마지막으로 3년 넘게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만 갇혀 외롭게 지냈던 A양에게 경찰관이 선물한 토끼 인형은 새 친구였다. 경찰관이 키 40㎝가량의 아담한 토끼 인형을 내밀자마자 A양은 활짝 웃으며 다가와 인형을 끌어안았다. 이어 이리저리 인형을 만져본 뒤 침상을 뒹굴면서 “너무 좋다”는 말을 연신 쏟아냈다. 경찰관들은 A양에게 예쁜 크리스마스카드도 줬다. 카드에는 ‘밥 잘 먹고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라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병문안을 다녀온 한 여자 경찰관은 “아이가 웃음도 많아지고 살도 많이 오르는 등 건강을 확연히 회복해가는 게 느껴졌다”며 “아픈 상처를 잊고 잘 자라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A양에게 이번 성탄절은 특별했다. 아빠의 괴롭힘에서 벗어난 것도 좋았지만 전국의 수많은 ‘산타’로부터 선물이 쏟아져 들어왔다. 또 A양을 입양하거나 위탁하고 싶다는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A양을 돌보는 인천 남부아동보호전문기관에는 전국에서 인형·옷·신발·피자쿠폰 등 수십점의 선물이 도착했다. 홀트아동복지회 후원 계좌에도 25일 현재 1000여명으로부터 4600여만원의 후원금이 들어왔다. 통장 계좌에는 ‘아가야 힘내♡♥’ ‘소녀야 힘내’ ‘꼭 안아주세요’ 등 생면부지 후원자들이 보낸 따뜻한 응원 문구가 넘쳐났다. 아빠로부터 사랑은커녕 학대를 받아왔던 A양도 올해는 주위의 온정으로 ‘축복의 성탄절’을 보낼 수 있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학대 탈출 11살 소녀에 온정 밀물… “성탄절 토끼 인형 새친구 생겼어요”
입력 2015-12-25 2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