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협상 급진전] 日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 여부가 핵심 쟁점

입력 2015-12-25 21:11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25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각의(국무회의)를 마치고 나오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기시다 외무상은 28일 한국을 방문해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그는 "방한하면 일·한 관계를 진전시키는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교도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간 논의가 보상과 일본 정부의 사과 문제에는 어느 정도 의견일치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양국은 최종 타결을 위해 기존 보상책을 기초로 하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법적 책임’ 문제를 놓고 막판 조율을 이어갈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아시아여성기금의 후속 사업으로서 예산을 투입해 기금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시아여성기금이 해산된 2007년 이후에도 일본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의약품을 전달했으며, 올해 예산으로 1500만엔(1억4589만원)을 책정한 바 있다. 이를 더욱 확대해 10년치 자금에 해당하는 1억엔(약 9억7000만원)을 넘는 기금을 설립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측이 그동안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보상책을 제시한 건 ‘아시아여성기금’과 ‘사사에안(案)’ 등 두 차례다.

아시아여성기금은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한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총리 재임 당시인 1995년 나온 것으로, 일본 국민모금을 통해 조성한 기금으로 피해자를 지원하는 한편 총리가 사과 편지를 전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상금이 법적 책임이 아닌 인도주의적 보상 차원이어서 한국 위안부 피해자들이 수령을 거부했다.

사사에안은 이명박정부 때인 2012년 3월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내놓은 것이다. 일본 총리의 사과 서한 전달은 아시아여성기금 때와 같았지만 주한 일본대사가 직접 피해자를 찾아가 사과하고 일본 정부 예산으로 피해자에게 보상한다는 점에서는 일부 진전됐다. 다만 법적 책임 부분은 빠졌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우리 정부는 사사에안을 기준으로 일본 측과 협의를 진행해 왔다. 우리 측은 이전 정부와 마찬가지로 일본 정부 차원의 법적 책임 인정이 있어야 한다는 스탠스를, 일본 측은 법적 책임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와 관련,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당연히 현재의 기본 생각은 바뀌지 않는다”고 재확인했다.

따라서 핵심 쟁점은 결국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법적 책임 인정 여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사과 서한에서 ‘책임’을 언급하더라도 그것이 법적 책임임을 분명히 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아시아여성기금 당시 피해자들에게 전달된 편지도 ‘도의적인 책임’만을 언급하고 있다. 피해 할머니들은 법적 책임을 배제한 보상은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정부 간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보기 힘들다는 해석도 있다.

이와 함께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 이전 문제도 쟁점이다. 우리 정부는 “소녀상을 옮기라”는 일본 측 요청에 “민간이 설치했으므로 정부가 관여할 바 아니다”고 일축해왔다. 다만 소녀상이 타국 공관 앞에 설치된 것 자체가 외교적 부담이라는 시각도 있어 위안부 문제가 진전됨에 따라 기념관 등 제3의 장소로 옮기는 방안이 나올 수 있다.

위안부 협의가 급진전된 건 올해 말과 내년 초를 넘기면 해결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공감대에 따른 것이다. 내년에는 4월에 한국 총선, 7월에 일본 참의원 선거가 있어 양측 모두 위안부 문제에 집중하기 힘들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결단’을 내릴 시점이 왔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