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협상 급진전] 朴-아베 정권 ‘최악 상황’ 연속, 최종 타결 땐 본격 협력의 길로…

입력 2015-12-25 21:12

수년간 거듭됐던 최악의 관계 끝에 정상화를 모색하던 한·일 양국이 모처럼 궤도 선회의 전기를 마련해가고 있다. 그동안 양국 관계 정상화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법이 전체 윤곽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양국이 마지막 조율을 통해 최종 해결책을 도출할 경우 한·일 관계는 경제를 넘어 정치·안보 분야에서도 본격적인 협력의 길을 걷게 될 전망이다.

물론 양국 관계 정상화의 최대 전제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이다. 속단하긴 어렵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직접 지시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이 직접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담판을 짓는 만큼 결과물에 대한 기대도 나오고 있다.

여기엔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 간에 ‘연내 문제해결 노력’ 공감대가 적극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이뤄진 아베 총리와의 첫 정상회담에서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염두에 두고 가급적 조기에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를 가속화한다는 데 합의했다.

아베 총리가 당시에 제기했던 일본 측 요구들이 이미 해결됐다는 점에서 위안부 문제는 해결 가닥을 잡을 여건이 형성된 상태다.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에 대한 무죄 판결과 한일청구권협정 관련 헌법소원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각하 결정이 그것이다.

일본 언론들은 박 대통령의 ‘조기 방일(訪日)’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그러나 청와대와 외교 당국은 25일 “가정을 전제로 한 것으로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며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여전히 신중한 기류다. 아베 총리의 외교 책사인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국가안보국장이 22∼23일 방한해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을 만났다는 일본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다만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완전한 합의가 이뤄질 경우 내년 한·중·일 3국 정상회의 계기에 한·일 두 정상이 만나 본격적인 교류협력 활성화를 추진할 개연성은 높다. 지난 11월 성사된 한·중·일 정상회의의 내년도 의장국은 일본이다. 따라서 3국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박 대통령의 방일은 예정된 수순이기도 하다. 일본이 내년 5월을 전후로 3국 정상회의 개최를 희망하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시기쯤 박 대통령의 일본 방문이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그동안 양국의 관계 정상화를 가로막았던 최대 현안이 완전히 풀리고, 양국 정상이 강력한 교류협력 의지를 보인다면 이후 한·일 관계는 명실상부한 미래지향적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책임 인정을 전제로 한 것인 만큼 그 결과를 완전히 예단할 수는 없다.

2013년 초와 2012년 말 각각 출범했던 박근혜정부와 아베 정권은 출발부터 꼬여왔다. 특히 2013년 말 아베 총리가 2차 세계대전 전범들을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면서 양국 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졌다. 경색 국면을 이어가던 한·일 관계가 진전의 돌파구를 찾은 것은 지난해 11월 박 대통령이 ‘한·중·일 정상회의’를 공식 제안하면서부터다.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은 올해 양국 관계를 반전시킬 수 있는 전기가 필요하다는 박 대통령의 구상 때문이었고, 일본 정부 역시 여기에 화답한 것이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