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바뀌면 없어지는 賞 아니냐?… 예술의 전당 ‘예술대상’ 미스터리

입력 2015-12-27 19:18
예술의전당이 수익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5일 음악분수광장에 개장해 내년 2월 14일까지 운영하는 아이스링크.

“주니까 받았지만 예술의전당이 왜 예술단체에 상을 주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고학찬 사장이 내년 3월로 임기가 끝나면 없어질 상 아닌가요?”

지난해 10월 1회에 이어 내년 2월 2회 시상식을 앞두고 심사가 진행 중인 ‘예술의전당 예술대상’에 대해 지난해 상을 받았던 예술단체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예술의전당 예술대상’은 박근혜정부에서 낙하산 논란 속에 2013년 3월 취임한 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이 만든 상이다. 고 사장이 역점을 둔 사업으로 1년간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공연과 콘서트, 전시를 대상으로 시상한다. 종합예술대상을 지향하고 방송사 실황 중계까지 검토하겠다고 발표했었다.

하지만 같은 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예술의전당 안에서만 선보인 작품들을 대상으로 하면서 종합예술대상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터져 나왔다. 또 예술대상 조직위원회에 예술과 관련 없는 인사들이 적지 않고, 절반 이상을 친여(親與)인사로 꾸렸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열린 1회 시상식에서는 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가 대상을 차지한 가운데 각 분야별 수상자(작)가 발표됐다. 각 부문 수상자(작)에게는 500만원, 대상에게는 30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됐다. 2회를 준비하던 예술의전당 측은 예술계 관계자들로 조직위원회를 구성하고 지역문예회관에서 공연된 작품에도 상을 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1회 15개 부문에서 2회 24개 부문으로 수상 대상이 확대됐다.

하지만 이 상에 대한 비판 목소리는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예술의전당이 예술단체들에게 이런 상을 줄 ‘자격’이 있느냐는 것이다. 예술의전당은 우수문화예술 콘텐츠와 뛰어난 예술가, 예술단체를 적극 지원하기 위해 국내 공연장에서 처음이자 자체적으로 마련한 시상제도라고 홍보해 왔다. 그러나 공연계에는 예술의전당이 기획·제작한 공연이 손에 꼽을 정도이고, 대관과 레스토랑 등 수익사업에 주력하는 상황에서 외부 예술가와 예술단체를 격려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많다. 해외 주요 공연장 중 이 같은 상을 만든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지난해 수상한 예술단체 관계자는 “2000년대 중반 이후 공연계에서 예술의전당의 위상은 그리 높지 않다. 현재 예술의전당이 한국을 대표하는 극장이라고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복수의 예술의전당 관계자들조차 “솔직히 민망하다. 예술단체들이 권위를 인정하지도 않는 상이 존재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며 “차라리 시상식에 쓸 상금으로 예술의전당 기획공연을 한편이라도 더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글·사진=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