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눈보라 속 100m 주탑 올라 화재 진압 사투… 서해대교 지킨 ‘5人의 소방관 영웅’ 1계급 특진

입력 2015-12-25 21:17
서해대교 케이블 화재 당시 사투를 벌여 화재 진압에 성공한 공로로 1계급 특진하는 경기도 평택소방서 119구조대 소속 소방관들. 앞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태영·박상희 소방사, 유정식 소방장, 김경용 소방사, 박상돈 소방위. 오른쪽 사진은 주탑과 주탑 사이에 100m 높이의 가로보가 설치돼 있는 서해대교의 교통통제 당시 모습. 경기도 제공

지난 3일 서해대교 주탑 케이블에서 발생한 화재를 신속히 진압한 소방관 5명이 1계급 특진한다. 이들은 동료 소방관이 불타 떨어진 케이블에 맞아 쓰러진 긴박한 상황에서도 100m 높이 주탑에 올라 위험을 무릅쓰고 불을 꺼 더 큰 재앙을 막았다.

경기도는 평택소방서 119구조대 소속 박상돈 소방위(팀장)와 유정식 소방장, 이태영·김경용·박상희 소방사 등 5명을 각각 1계급 특진한다고 25일 밝혔다.

박 팀장 등은 지난 3일 오후 6시12분쯤 경기도 평택시 서해대교 목포방면 2번 주탑 상층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되자 곧장 출동했다. 까마득한 높이의 주탑과 교량 난간을 이어주는 케이블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발화지점이 너무 높아 손을 쓰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고 오후 7시쯤 지름 28㎝나 되는 엄청난 무게의 케이블 하나가 끊어지면서 현장을 통제하던 이병곤 포승안전센터장(54·소방경)을 덮쳤다. 다른 케이블로 불길이 번졌지만 강풍이 불어 고가사다리차와 소방헬기로는 현장 접근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현장에서 대기하던 박 소방위 등 5명은 결국 엘리베이터를 통해 오후 8시쯤 주탑과 주탑을 연결하는 100m 높이의 가로보로 올라갔다. 강풍에다 눈보라로 바닥이 얼어 몸을 가누기도 어려웠지만 이들은 밧줄을 통해 15m 길이의 수관 13개를 연결한 소방호스(총길이 195m)를 가로보까지 가까스로 끌어올린 후 난간에 밧줄로 몸을 묶은 채 진압을 시도했다. 발화점 가까이 접근했지만 불길이 주탑 기둥에 가려 제대로 조준되지 않았다. 가로보 난간이 높아 소방호스를 통해 뿜어 나온 물은 10m 아래 불타는 케이블과는 엉뚱한 방향으로 향했다. 30분간 사투를 벌였지만 불길은 잡히지 않았다.

이때 박 팀장이 기지를 발휘했다. 케이블을 적셔 물을 흘러내리는 방법으로 불을 끄기로 작전을 바꾼 것. 소방본부에 이런 구상을 보고했고 오후 9시쯤 허락이 떨어지자 김경용 소방사가 난간 사이로 머리와 어깨를 내밀고 케이블에 호스를 들이밀었다. 이태영 소방장은 김 소방사가 추락하지 않도록 뒤에서 힘껏 붙잡았다. 대원들은 이런 방식으로 번갈아가며 화재진압에 나섰고 그렇게 하기를 40여분 만인 오후 9시43분쯤 화마를 잡는 데 성공했다.

케이블이 추가로 끊어져 더 큰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을 막아낸 것이다.

박 팀장은 “존경하는 선배를 잃었지만 대원들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안전을 뒤로 한 채 화재진압에 최선을 다해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며 “고 이병곤 센터장의 희생정신을 가슴에 새겨 앞으로도 구조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남경필 지사는 “강풍 속에서도 주탑에 올라 화재를 진압해 2차 피해를 막은 소방관 5명의 용기와 희생정신에 감사드린다. 목숨을 아끼지 않고 임무를 완수한 그들이 진정한 영웅”이라고 특진 결정 배경을 밝혔다.

도는 내년 1월 4일 경기도 북부청사에서 열리는 시무식에서 특진 임용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평택=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