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기업 인수·합병(M&A)이 사상 최대 규모로 이뤄진 한 해였다. 저금리로 자금 조달이 쉬워진 기업들은 좀처럼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설비투자에 나서기보다 M&A로 덩치를 키우는 것을 돌파구로 삼았다.
25일 KDB대우증권에 따르면 올해 국내 M&A 규모는 약 77조원으로 역대 최대다. 올해 마지막 빅딜인 미래에셋증권의 대우증권 인수 건까지 포함시키면 80조원에 육박한다. SK C&C와 SK의 합병,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등이 올해 성사된 대형 거래다.
M&A를 통한 대기업의 사업구조 재편도 활발히 진행됐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말 화학·방산부문 4개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한 데 이어 올해 삼성SDI 케미칼 사업부문 등 3개 화학 계열사를 롯데그룹에 팔았다. 이로써 롯데는 화학사업을 크게 키우게 됐고, 삼성은 화학부문을 정리한 대신 바이오 등 다른 부문에 집중하기로 했다.
대우증권 유명간 연구원은 “경기 회복이 불확실하고 재고 부담이 높아진 상황에서 유동성은 풍부해졌기 때문에 기업들은 M&A로 성장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며 내년에도 M&A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제조업 시가총액 상위 300곳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28조원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약 32조원 증가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사정은 비슷하다. 최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취약한 경제 여건 속에서 성장하려는 욕구와 저렴해진 자금 조달 비용, 어떻게든 주가를 띄우라는 주주들의 압력이 많은 기업들을 M&A로 이끌고 있다”고 전했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올해 성사된 글로벌 M&A는 4조6000억 달러(5384조원) 규모로, 2007년에 기록한 고점(4조3000억 달러)을 경신했다.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가 아일랜드의 보톡스 제조사 엘러간을 1837억 달러에 인수한 것이 가장 액수가 컸고, 벨기에 맥주회사 AB인베브가 영국의 사브밀러를 1205억 달러에 사들인 것이 뒤를 이었다. 영국·네덜란드 합작 정유회사 로열더치셸이 영국 천연가스 업체 BG그룹을 793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 저유가로 업황이 어려워진 에너지 기업들 사이의 M&A도 많았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선 중국 자본이 M&A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한국 기업에도 눈독을 들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중국 기업은 한국 기업 M&A나 투자에 지난해보다 119% 증가한 19억 달러를 썼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저금리로 현찰 두둑… 올 국내외 M&A 폭풍 성장
입력 2015-12-25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