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필리핀에서 피살된 한국인 사업가 조모(57)씨는 동거녀가 옆에 있는 가운데 총알 6발을 맞고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은 지난 21일 현지 파견된 과학수사팀이 조씨의 청부 살해 가능성을 제기하고 용의 차량을 특정하는 등 사건의 결정적 단서를 찾아냈다고 25일 밝혔다. 수사팀은 4박6일 현지 조사 일정을 마치고 이날 새벽 귀국했다.
조씨는 20일 오전 1시30분쯤(현지시간) 필리핀 바탕가스주 말바르시 기숙사 건축현장 임시숙소에서 복면을 쓴 4인조 필리핀 괴한에게 25만원 상당의 현금과 물품 등을 빼앗기고 총에 맞아 숨졌다. 현장에는 현지인인 조씨의 동거녀가 함께 있었고 옆방엔 8개월 된 아들이 있었다. 괴한은 조씨의 팔과 가슴에만 총알 6발을 난사한 뒤 도망친 것으로 밝혀졌다.
파견된 이상경 서울경찰청 과학수사과 경사는 현지 경찰이 단순 강도·살인으로 보고 수사하던 상황에서 계획적 청부살인 가능성을 제기했다. 조씨가 7∼8년간 현지인 부인과 별거하면서 이혼소송 중 재산 분할 다툼이 있었고, 사업 중 현지인과 금전적 문제도 있었다는 게 이유였다. 김동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총기분석실장은 범행에 사용된 총기가 45구경 권총과 22구경 소총 등 2정임을 밝혀내고 불법 사제품이었음을 확인했다.
조사팀은 또 현장에서 45구경 권총 탄피 2개와 22구경 소총 실탄 1개를 추가로 발견했고 용의자가 장갑을 끼고 있던 흔적을 찾아냈다. 범행 장소 인근 CCTV를 뒤져 흰색 SUV 용의차량의 사진을 발견했으며, 용의차량의 행방이 담긴 결정적 장면도 찾았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필리핀 50대 교민 피살 사건] “동거녀 앞 복면괴한에 난사당했다”
입력 2015-12-25 2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