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과정과 청년수당을 둘러싼 갈등이 법정 싸움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방교육청이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누리과정은 올해에 이어 ‘핑퐁게임’이 계속되면서 보육대란이 불가피한 상황이고, 청년수당도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법정 대결로 치닫고 있다. 그들의 안중에는 국민은 없는 듯하다.
누리과정은 심각하다. 국무조정실은 24일 시·도교육청의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에 대해 대법원 제소 등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겠다고 경고했다. 지난 16일 예산을 편성하지 않으면 엄중 대응하겠다고 선언한데 이어 나온 정부의 후속 조치인 셈이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23일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편성 거부 입장을 고수한 것에 대한 반격이기도 하다. 정부가 소송불사 카드까지 꺼내들자 교육감들은 “우리도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소송전이 시작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대법원이 사건을 심리해 선고를 내리기까지는 보통 최소 6개월에서 1년 정도가 소요된다. 현재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유치원·어린이집 예산을 모두 마련한 곳은 하나도 없다. 서울·광주·전남 의회는 교육감이 짠 유치원 예산마저 ‘0’으로 만들어버렸다. 다른 교육청도 임시방편으로 몇 개월 예산만 확보해 놓은 상태다. 올해는 우회지원으로 간신히 파국은 막았지만 내년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우리 아이들을 볼모로 한 무책임한 소모전을 당장 멈춰야 한다. 지금 필요한 건 자존심을 내세운 기싸움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소송이나 벌일 궁리를 할 시간에 머리를 맞댈 논의기구 구성부터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국정을 이끄는 정부는 교육청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해결책을 먼저 내놓아야 하며, 자치단체나 교육청도 책임 있는 자세로 대화에 임해야 할 것이다.
[사설] 누리과정 등 쟁점, 타협은커녕 제소가 웬말인가
입력 2015-12-25 1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