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의 기적] (6·끝) 잠비아 카인두 목회자모니터링 동행 취재

입력 2015-12-27 18:07
이건영 목사(오른쪽 두 번째)와 김영주 사모(오른쪽 첫 번째)가 월드비전 결연 아동인 시베스터(오른쪽 네 번째)군과 가족들에게 설탕, 식용유, 옷 등을 선물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잠비아 카프위카모 마을의 한 어린이가 한국월드비전의 도움으로 설치된 식수펌프를 이용해 물을 받고 있다.
지난 13∼21일 잠비아 카인두 지역을 찾은 월드비전 목회자모니터링 방문단이 한국월드비전의 후원으로 지어진 카밀람보 보건소 수술실 앞에서 마을주민, 보건위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잠비아의 수도 루사카에서 서북쪽으로 200여㎞ 떨어진 카인두 지역으로 향하는 여정은 멀고도 험했다. 성인 8명을 태운 육중한 SUV 차량은 끝없이 이어지는 비포장도로 위에서 튕겨 올랐다 내리기를 반복했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만 해도 작품이 된다는 청명한 아프리카의 하늘은 비포장도로에서 뿜어져 나오는 흙먼지에 가려져, 황사가 드리운 사막을 방불케 했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 목회자모니터링 방문단과 함께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은 길을 2시간여 달려 도착한 곳엔 군데군데 이가 빠진 벽돌 건물과 낡은 초가 건물이 위태롭게 서 있었다. 초가는 엉성하게 엮어 지붕에 올린 건초 더미를 구부정하게 휘어진 나무 6개가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6개의 나무기둥 사이로 보이는 칠판과 그 위에 적힌 덧셈 뺄셈 수식들이 이곳이 학교임을 짐작케 했다.

지난 15일 찾아간 이곳은 잠비아의 오지인 카인두 지역에서도 외곽에 자리 잡은 뭄바초등학교다. 1995년 마을학당으로 시작해 2000년부터 초등학교로 운영되고 있는 이곳에는 1학년부터 7학년까지 402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하지만 교사는 4명뿐이어서 한 명 당 100명의 학생들을 책임지고 있다. 교사 숙소가 부족해 교실에 볏짚을 깔고 담요 하나로 밤을 보내야하는 상황이라 교사 수급은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 전기가 닿지 않아 정부에서 강조하는 IT·기술교육은 꿈도 꾸기 어렵다. 우기에 해당하는 11월부터 4월 사이에는 촛불을 켜고 수업을 하는데 그마저도 빗물이 떨어져 꺼지곤 해서 휴교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잦다. 이 학교 심브위다 비비우스 교장은 “건물 하나 짓는 데 10만 달러, 태양광 발전 설비를 갖추는 데에 6만 달러가 들지만 정부에서는 전혀 지원이 없다”며 “이 땅의 희망인 아이들을 교육하기 위해 도움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뭄바초등학교로부터 15㎞ 정도 떨어져있는 카프위카모 초등학교의 상황은 많이 달랐다. 한국월드비전 등의 지원으로 2013년 학교 건물과 교사 숙소를 신축하고 교육자재와 자급자족 가능한 농장도 마련했다. 현재 511명의 학생들이 혜택을 받고 있다. 이 학교 4학년인 일루모 유상고군은 “농사를 지어 먹고사는 것 외에 다른 생각은 할 수조차 없었는데 공부를 하면서 과학자의 꿈을 꾸게 됐다”며 웃어보였다. 나윤철 한국월드비전 인천지부장은 “월드비전이 꿈꾸는 진정한 후원은 ‘자립’”이라면서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힘은 교육에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최근 7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유치원도 완공해 내년 1월 개원을 앞두고 있다. 특히 지난해 월드비전의 도움으로 학교 앞마당에 설치한 최신식 식수펌프는 왕복 4㎞를 걸어가 물을 길어오던 카프위카모 지역 주민 2000여명에게 오아시스가 돼주고 있다.

윌프레드 무팜비 잠비아월드비전 지역개발팀장은 “보건, 영양, 소득증대, 교육이 동시에 이뤄져야만 지역의 변화를 꾀할 수 있다”면서 “개인에 국한된 것이 아닌 사회 전반을 통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월드비전 사역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카밀람보 마을에 위치한 보건소는 잠비아 지역개발사업의 종합판이었다. 이곳에는 한국월드비전의 지원으로 지어진 수술실과 병실, 춘천중앙교회가 설치한 태양광 식수펌프와 물탱크, 강원도민들이 ‘사랑의 점심나누기 캠페인’을 통해 건축한 진료실과 약국 등 8개의 건물이 보건타운을 이루고 있었다. 목회자모니터링 방문단의 이건영(인천제2교회) 목사는 “끝 모를 경쟁으로 지역·사회갈등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가 어려운 지구촌 이웃을 위해서만큼은 하나로 마음을 모은 것”이라며 감격해 했다.

보건소를 중심으로 8개의 구역으로 나뉜 카밀람보 마을에는 주민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7개의 보건위원회가 있다. 보건위원들은 월드비전으로부터 교육받은 내용들을 토대로 주민들에게 출산, 영유아 양육, 영양, 위생, 질병예방, 소득증대, 저축 등을 교육하고 모니터링한다. 한 달에 한 번 회의를 하면서 주민들의 보건 증진·생활여건 개선 방안 등도 논의한다. 여전히 남성중심적인 잠비아에서 여성들이 위원회의 운영주체가 된다는 점은 고무적이었다.

모제스 할람프 지역대표는 “2010년 첫 보건소 건물이 지어지기 전까지는 가장 가까운 보건소가 35㎞ 떨어져있어 산모가 유산하거나 생명을 잃기도 했다”며 “카밀람보 마을을 개척한 1960년 이래 이런 발전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거듭 감사인사를 전했다.

이 목사와 김영주 사모 부부는 이번 방문을 통해 결연을 맺고 있던 3명의 아동을 직접 만날 수 있었다. 카밀람보 마을에 사는 시베스터(7)와 주디스(7·여), 카프위카모 마을에 사는 무파쉬(5·여)다.

1년 전 알 수 없는 질병으로 누나를 잃은 시베스터(7)는 부모와 함께 남동생 3명을 보살피며 산다. 아버지 유니스리 이로마(31)씨는 “옥수수 농사를 지어 생계를 유지하는데 소출이 적어 한 해 동안 75달러를 번 게 전부”라며 “내년엔 숯을 팔아 아들을 꼭 학교에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새벽부터 아버지를 도우러 옥수수 밭에 다녀온 시베스터는 온 몸에 흙과 먼지가 묻어서 검은 피부가 황갈색으로 변해있었다. 그는 “학교를 빨리 졸업하고 좋은 일터를 구해서 가족들과 풍족하게 살고 싶다”고 수줍게 말했다.

이 목사는 설탕 2봉지, 식용유, 티셔츠, 바지 등을 선물하며 “시베스터가 아버지와 함께 가정을 든든하게 세우는 기둥이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김 사모는 “손자가 시베스터와 동갑내기인데 이제 손자를 볼 때마다 시베스터가 생각날 것 같다”며 “한국에 돌아가서도 잡아줬던 손의 감촉을 기억하며 기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목사 부부는 이어 주디스와 무파쉬 가족을 방문해 같은 선물을 주고 기도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들른 론칸겐대(27·여)씨 가족의 상황은 더 열악했다. 5년 전 교통사고로 남편이 죽은 뒤 재혼과 이혼을 겪은 그녀는 홀로 농사를 지으며 5남매를 키우고 있었다. 초등학생인 첫째와 둘째 아들은 학비가 없어 2년째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있다. 세 살배기 쌍둥이인 크리스티나와 주디아티는 두 달 넘도록 옷을 갈아입지 못해 소매며 옷깃이며 성한 곳이 없었다. 2년 전에 지원받은 모기장이 군데군데 찢어져 제 역할을 못하게 된 사이 5남매는 번갈아가며 말라리아에 걸려 목숨을 잃을 뻔했다. 이 목사는 쌍둥이 자매의 머리에 손을 얹은 채 “아이들이 따뜻한 도움의 손길 아래 희망을 잃지 않고 잘 성장해서 잠비아를 이끌어 갈 지도자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이 목사 부부는 그 자리에서 쌍둥이 자매와 결연을 하고 후원을 약속했다.

모니터링방문 일정 마지막 날 만난 마크 켈리 잠비아월드비전 회장은 “한국월드비전과 한국교회, 한국 국민들의 도움으로 잠비아 곳곳에서 희망의 기적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감사를 전했다. 그는 “아이들이 변화를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닫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앞으로 정부와 지역 커뮤니티, 지원학교 교사들과 더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비전을 제시했다.

이 목사는 “이번 방문을 통해 편지나 영상을 통해서는 느낄 수 없었던 지구촌 이웃들의 고통과 아픔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며 “한국에 돌아가 주황색 월드비전 조끼를 입고 강단에 서서 우리 교회 성도들이 의미 있는 나눔에 동참할 수 있도록 현장 소식을 생생히 전하겠다”고 말했다. 카인두(잠비아)=글·사진 최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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