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대호’로 부르는 까닭

입력 2015-12-25 17:42
한국호랑이. 위키미디어 커먼스

판테라 레오, 판테라 온카, 판테라 운시아, 판테라 파르두스, 판테라 티그리스. 고양잇과(Felidae) 표범속(Panthera)에 속하는 다섯 종의 대형 고양이들이다. 이들의 익숙한 이름은 사자, 재규어, 눈표범, 표범 그리고 호랑이다. 인간과 호랑이는 수천년 동안 서로를 두려워하며 대치해 왔지만, 우리는 생태, 사회적 측면에서 산악숭배사상과 융합하여 호랑이를 산신 또는 산군으로서 경외시하였다. 단군신화에서부터 전래동화까지 호랑이는 해학적 상징과 보은의 동물로서 우리 문화의 일부였다.

오늘날 호랑이는 전 세계적으로 그들이 살던 서식지의 7% 면적에 국한하여 살고 있고, 남한 지역에서 호랑이는 1929년 경주 대덕산에서 마지막으로 발견된 이후 종적을 감추었다. 1996년 정부는 공식적으로 호랑이의 멸종을 선언하였다.

호랑이는 고양잇과 동물 중 최고의 자리를 점하는 동물이다. 수컷의 몸무게는 280㎏에 이르러 사자보다 크고 100㎏ 남짓한 표범의 3배에 이르는 육중함을 지닌다. 호랑이는 9개의 아종으로 분류되는데, 이 중 3개의 아종은 멸종하였고 6개의 아종이 멸종위기종으로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호랑이 중 가장 큰 종류인 한국호랑이의 몸길이는 수컷 2.7∼3.3m, 암컷 2.4∼2.7m에 이르러 대호(大虎)라 불린다. 현재 대호는 백두산 일대와 중국 동북부 지역에 50여 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정확한 숫자는 밝혀지지 않았다.

사자나 호랑이 모두 전 세계적으로 분포하였으나 현재 사자는 아프리카, 호랑이는 아시아에만 서식한다. 이들의 본래 서식지가 마치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국한된 것으로 착각할 만큼 이들 개체 수는 20세기에 급격히 감소하였다.

현재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호랑이는 4000여 마리로 추정되는데, 중국과 미국의 동물원에 있는 호랑이 수는 각각 5000마리에 달한다. 이렇듯 호랑이와 인류의 공존은 극히 비정상적인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저명 야생생물학자 조지 샬러의 말처럼, 호랑이를 비롯한 대형 고양잇과 동물은 인류가 지구상에서 다른 동물종과 더불어 살아가려는 의지가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 역할을 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멋지고 경외한 생명체라는 사실만으로도 이들과 공존해야 하는 이유가 충분하지 않은가.

노태호(KEI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