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사람’ ‘나이나 지위, 항렬이 높은 윗사람’ ‘한 집안, 집단에서 나이와 경륜이 많아 존경을 받는 사람’ ‘남의 아버지를 높여 이르는 말’ ‘다 커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누구일까요? ‘어른’입니다.
‘어른’의 옛말은 ‘얼운’인데, ‘남녀가 사랑을 나누다’의 뜻이었던 ‘얼우다’에서 왔다는 게 통설입니다. 각각 세종, 성종대에 간행된 한글서 ‘석보상절’ ‘내훈(內訓)’에 나오기도 하는 어휘입니다. 500년 전 사람인 황진이의 시에도 등장하지요. “동짓날 기나긴 밤 한 허리 베어내어 춘풍 이불 밑에 서리서리 넣었다가 얼운님 오신 날 밤 굽이굽이 펴리라.” ‘어른’은 또 ‘배필로 삼다, 즉 부부로서 짝을 이루다’라는 옛말 ‘어르다’와도 관련 있어 보입니다. ‘어른’은 몸과 마음이 성숙하여 사랑할 자유를 가짐과 동시에 그로 인해 따르는 것들에 대한 의무, 책임을 다해야 하는 사람으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아버지가 무지막지하게 어린 딸을 학대한 얘기가 세밑을 어둡게 합니다. 부끄러워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습니다.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으니 그는 분명 어른일 텐데. 금수(禽獸)에도 미치지 못한 아버지였던 겁니다. 진짜 어른들이 세상을 밝히고 맑혀야 합니다.
서완식 어문팀장 suhws@kmib.co.kr
[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사랑할 자유에 책임 따르는 ‘어른’
입력 2015-12-25 18: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