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은 새로운 철조망으로 요새화되어 있습니다. 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오늘은 한 사람도 국경을 넘지 못했습니다. 아이를 안고 있는 자매는 울고 있습니다. 기도가 필요합니다.”
그리스 테살로니키 김수길(58·앞줄 왼쪽서 두번째) 조숙희(55·세번째) 선교사 부부의 페이스북은 지금도 유럽난민 구호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중순. 시리아 난민의 ‘엑소더스’가 한창일 때 그 난민을 돕는 선교사 부부를 그리스-마케도니아 국경 도시 에부조리에서 만났습니다. 밀려드는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 등의 난민이 낯선 동양 선교사에게 너나없이 손을 내밀었습니다. 부부는 손전등, 여성용품 등을 나누어주었습니다.
이 선교사 부부 얘기가 ‘주여 자식 넷 잃은 이 여인은 죄가 없나이다’라는 제목으로 보도됐습니다(9월 19일자 17면). 독일로 향하던 시리아 난민 여인이 자식 넷을 그리스-마케도니아 국경을 넘는 도중에 잃은 겁니다. 조 선교사는 그 여인에게 자신의 외투를 벗어주었습니다. 김 선교사는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며 기도하고 위로했죠. 그 위로의 장면이 사진으로 보도됐습니다.
주일이 지나고 조 선교사에게 카톡 전화가 왔습니다. “기자님, 한국 성도들의 성원에 제가 잠을 못 잡니다.” 부부는 잠을 못 잔다면서도 ‘기적’에 놀라워했습니다. 유럽 난민을 돕겠다는 한국 크리스천의 작은 손길들이 이어진 거죠. 그 성금이 쌓여 4000여만원이 됐습니다.
기자가 놀란 건 두 분이 성금 사용 내역을 깨알같이 인터넷 홈피를 통해 밝힌 겁니다. 영수증 첨부해서요. 25일 크리스마스. 두 분은 지금 집시 사역을 하며 난민을 돕고 계십니다. 두 분 건강하세요. 샬롬.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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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유럽 난민 돕자” 한국 기독인들 성금 4000여만원 쌓여… 김수길·조숙희 그리스 선교사 부부
입력 2015-12-25 20:11 수정 2015-12-25 2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