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2조4000억대에 대우증권 인수… 자기자본 8조 초대형 증권사 탄생 ‘승자의 저주’ 우려도

입력 2015-12-24 21:40
이대현 KDB산업은행 정책기획부문장(부행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대회의실에서 KDB대우증권 및 산은자산운용 매각 관련 우선협상대상자로 미래에셋컨소시엄이 선정됐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에셋증권이 증권업계 최대 매물로 꼽힌 KDB대우증권을 품에 안았다. 미래에셋이 과거 업계를 선도했던 대우증권(현재 업계 2위)을 인수하면서 자기자본 7조8000억원대에 달하는 업계 1위의 초대형 증권사로 우뚝 설 전망이다.

◇미래에셋, 대우증권 인수로 업계 1위 발돋움=KDB산업은행은 24일 이사회를 열고 대우증권 및 산은자산운용 패키지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미래에셋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전에서 미래에셋증권과 KB금융, 한국투자증권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으나 미래에셋이 2조4000억원대를 써내 다른 후보보다 2000억원 이상 격차를 벌리며 승자가 됐다. 이는 대우증권과 산은자산운용 지분 장부가(약 1조8000억원)보다 6000억원가량 많은 금액이다.

대상 매물은 산은이 보유한 대우증권 지분 43%와 산은자산운용 지분 100%다. 산은은 내년 1월 중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내년 2월부터 미래에셋을 대상으로 확인실사를 진행하는 등 이르면 1분기 안에 매각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미래에셋은 대우증권 인수로 NH투자증권을 제치고 단숨에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업계 안팎에서는 초대형 증권사가 나온 만큼 기존의 증권 매매 및 중개 업무 위주에서 벗어나 투자은행(IB) 역할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2013년 대형 증권사 육성을 목표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를 도입했지만 상위 5개 증권사의 자기자본 규모는 3조∼4조원대에 불과했다. 글로벌 IB라고 명함을 내밀기엔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미래에셋은 자산운용의 강점과 대우증권이 가진 IB 역량을 결합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IB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은 결과 발표 후 “대우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은 글로벌 IB로 나아가려는 미래에셋의 진정성을 알아주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밋빛 미래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당장 대우증권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성명서에서 “미래에셋증권으로의 대주주 변경 및 합병 반대를 위해 끝까지 적극적인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에셋은 “완전고용승계를 보장한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노조는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대우증권 노조 관계자는 “겹치는 영업점이 많아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며 “강제 퇴직은 없더라도 비합리적인 인사 조치로 결국 제 발로 나가게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1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진 대우증권 주가를 고려하면 입찰가격이 떨어질 것이란 예상과 달리 미래에셋이 대우증권 인수에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승자의 저주’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국회에서 논의 중인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개정안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여전법은 여신전문사의 계열사 출자총액을 자기자본의 100%로 규제하는 내용이 골자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은 박현주 회장→미래에셋캐피탈→미래에셋증권·생명으로 지배구조가 이어져 있다. 미래에셋캐피탈을 옥죄는 여전법이 통과될 경우 미래에셋금융그룹은 자기자본을 늘리거나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2년 만에 또 증권사 인수 실패한 KB금융=KB금융은 이번에도 고배를 마시면서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려던 윤종규 회장의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다. 2013년 12월 24일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매각에서 농협금융에 패한 지 꼭 2년 만에 또다시 증권사 인수 잔혹사를 썼다. 당시 KB금융은 우리투자증권에 대해서는 최고가를 써내고도 우리아비바생명 등 다른 매물에 마이너스 가격을 제시해 농협금융에 우선협상대상자 자리를 내줬었다. 금융권의 한 고위인사는 “주인이 없는 회사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며 “증권맨들은 목표가 있으면 규정을 바꿔서라도 달성하려 하지만 은행 쪽에서는 일정한 테두리 안에서만 행동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KB금융은 향후 KB투자증권의 성장을 적극 지원키로 했다. 국민은행 채널을 통해 은행·증권 복합점포를 늘리고, 기업투자금융 모델 육성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대우증권 인수에 실패한 데다 KB투자증권은 자기자본이 업계 18위에 불과해 KB금융은 은행 위주(3분기 기준 은행부문 수익이 전체의 67%)의 포트폴리오를 유지해야 하는 입장이다.

백상진 박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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