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조각 갈라진 野 심장부 빛고을

입력 2015-12-24 21:40 수정 2015-12-24 21:43
권은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왼쪽)이 24일 국회 의원회관 내 천정배 무소속 의원의 사무실로 찾아가 얘기를 나눈 뒤 나오면서 천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권 의원의 지역구인 광주 광산을은 천 의원 지역구(서을)와 인접해 있다. 연합뉴스

야권의 심장부인 광주가 요동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현역의원들의 ‘탈당 도미노’ 현상 때문이다. 탈당파 의원들은 ‘안철수 신당’이나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추진하는 국민회의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의 ‘텃밭’ 광주가 야권 정치세력들이 ‘춘추전국시대’를 시작하는 무대가 된 셈이다.

새정치연합 권은희 의원(광주 광산을)은 24일 자청해서 천 의원을 만나 국민회의 합류 가능성을 타진했다. 그간 권 의원은 유력한 탈당 후보로 거론돼 왔다. 그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야권에 고민이 아주 깊다. 고민을 같이하고 있는 것이 저와 (저희) 지역”이라며 “천 의원이 처음에 야권 개혁과 정치 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했던 고민의 지점과 저희 지역이 고민하는 지점이 정확하게 같다”고 밝혔다. 천 의원의 신당 비전에 공감한다는 말이었다.

이에 천 의원은 “광주에서, 호남에서 ‘뉴DJ(김대중)’들을 찾고 있다. 제가 생각하는 뉴DJ의 맨 앞에 서 있는 한 분이 권 의원”이라고 화답했다. 이어 “광주·호남 지역민들의 삶의 요구가 있다”면서 “그 요구를 잘 대변할 수 있는 정치인으로 가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천 의원은 권 의원에게 사실상 입당 제의를 했다고 언급했다. 당내에서는 이종걸 원내대표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권 의원 탈당은 ‘시간문제’라고 보는 시각이 대다수다.

권 의원이 탈당해 국민회의에 합류하면 광주의 정치 세력은 삼분화된다. 국민회의와 강기정(북갑) 장병완(남) 박혜자(서갑) 의원이 소속된 새정치연합, 최근 탈당한 무소속 김동철(광산갑) 임내현(북을) 의원이 합류할 ‘안철수 신당’ 등이다. 박주선(동) 의원이 추진 중인 신당까지 포함하면 광주에만 4개의 각기 다른 정치세력이 자리를 잡는 셈이다. 현재는 새정치연합에 의원 3명이 소속돼 세가 가장 커 보이지만 주류에 속한 강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두 의원도 탈당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많다. 광주지역 의원들의 탈당 러시는 호남 민심이 문 대표에게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문 대표가 사퇴하고 다른 ‘얼굴’이 등장하지 않으면 총선 당선이 힘들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 의원의 탈당 도미노가 현실화되면 내년 총선에서 광주는 야권 세력의 격전지가 된다. 안 의원과 천 의원은 광주와 호남을 기반으로 세를 불리면서 새정치연합과 대결하겠다는 입장이다. 문 대표는 전날 “개혁 대상이 개혁의 주체인 양 변신하는 것을 호남 민심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호남 심판론’을 주창했다. 이들이 각자 광주의 대변자 역할을 자처하며 민심을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이 경우 광주 민심이 왜곡돼 전달되거나 지역주의가 오히려 강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지원 의원은 MBC라디오에 출연해 “(야권의) 지도자들이 광주를 ‘숙주’ 삼아 움직이면서 호남의 분열이 시작되고 있다”며 “당 분열이 호남 분열로 이어져 총선 승리 기회를 앗아가는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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