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험지 출마론’ 시끌… 친박 “전략공천 인정하라” vs 金대표 측 “말장난 말라”

입력 2015-12-24 22:02
‘험지 출마론’을 둘러싼 새누리당 내부 갈등이 ‘전략공천이냐, 아니냐’ 하는 싸움으로 번졌다. “내가 있는 한 전략공천은 없다”고 했던 김무성 대표의 공언(公言)을 친박(친박근혜)계가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어서다.

당 사무총장을 지낸 홍문종 의원은 24일 라디오에 출연해 “험지 출마론을 주장하려면 일단 전략공천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험지에 보내놓고 경선해서 이기면 후보 자리를 주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인 만큼 김 대표의 험지 출마론이 결국은 전략공천의 일환임을 인정하라는 압박이다. 홍 의원은 “험지에 출마한 분들은 꽃가마를 태워 보내야 되는 게 맞다”고도 했다. 김 대표가 당초 내세웠던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에 이어 전략공천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여겨진다.

김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대표는 자기 사람을 유리한 지역에 내리꽂는 식의 공천을 안 하겠다는 것”이라며 “총선 승리를 위해 전략적으로 인물을 배치하는 것을 놓고 말장난식으로 전략공천이라 몰아가면 곤란하다”고 했다. 김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개인적인 의견, 마치 국민들이 볼 때 당이 분열되는 것 아닌가 하는 그런 걱정을 하게 하는 발언은 삼가 달라”고 했다.

최근 친박과 김 대표 측 인사들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입씨름을 벌여 왔다. 험지 출마론에 맞서 친박 측이 ‘대표 솔선수범론’을 들고 나오면 비박(비박근혜) 진영이 방어하고, 비박이 박근혜정부 장관과 청와대 참모 출신들을 겨냥해 ‘호남 차출론’을 내세우면 친박이 “직접 나가라”고 맞받는 식이다.

이런 가운데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당의 험지 출마 요청을 거절했다. 김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오늘 김 전 총리를 만나 당에 힘을 보태 달라고 간곡한 말씀을 전달했다”며 “김 전 총리는 ‘이제 선거에 출마할 생각은 전혀 없고 그 뜻이 확고부동하다. 조용히 돕겠다’고 뜻을 밝혔다”고 했다. 김 전 총리는 지난해 6·4지방선거 때 친박의 권유로 서울시장 당내 경선에 나섰다가 정몽준 전 대표에게 패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