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0대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 획정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하면서 정의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가능성이 높아졌다. 선거구 획정을 놓고도 비례대표 대표성 확보 방안 문제로 이견을 좁히지 못한 데다 여당이 쟁점법안 일괄 처리까지 주장해 접점 찾기가 난망이다. 여야는 다만 일단 31일 본회의를 목표로 계속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정 의장은 24일 오후 3시 여야 지도부를 불러 쟁점법안 처리와 선거구 획정 협상을 타결하기 위한 막판 중재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새누리당은 비례대표 의석수 7석 축소를, 새정치민주연합은 3∼5% 득표 정당에 최소 의석(3∼4석) 우선배정 방식 도입을 주장하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야당은 선거권 획득 연령을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낮추고 적용 시기를 2017년 이후로 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새누리당은 “고등학생의 정치화가 우려된다”며 부정적 입장을 표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기업활력제고법(일명 ‘원샷법’), 노동개혁 5법,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등 쟁점법안 처리에 대해서도 양측은 평행선만 달렸다. 성탄절 연휴와 상임위 통과, 법사위 숙려기간(5일) 등을 감안하면 절차상 법안 연내 처리를 위한 ‘데드라인’이 무너진 셈이다.
여야는 회동 결렬 후에도 기 싸움을 계속했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새누리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성격의) ‘이병석 정개특위 위원장 중재안’을 포함해 모든 것을 거부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정 의장도 새누리당 태도에 유감을 표했다”고 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일방적인 이야기”라며 “협상이 최종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문 대표가) 이렇게 얘기하는 건 안 맞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 의장은 회동 후 “결렬은 아니고 오늘은 1회전이었다”고 했다. 최대한 협상을 종용해 31일 본회의 때 선거법과 쟁점법안 합의 처리를 이뤄내겠다는 뜻이다. 일단 여야는 26일 양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소관 상임위 간사가 만나 쟁점법안별 접점을 모색하고 27일에는 의장 주재로 다시 전면 협상을 벌이기로 했다. 일단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특별 소위원회를 설치해 의료 공공성을 확보하는 방안, 원샷법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허용 대상을 석유화학·조선·철강으로 국한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정 의장은 협상 결렬 시 법안 직권상정 ‘디데이’를 놓고 고심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선거구 획정안을 담은 선거법만 단독 처리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 강하기 때문이다. 정 의장 측은 “선거법만 직권상정할 경우 여야의 불참으로 본회의 처리가 불가능할 수 있다”고 했다.
여권에서는 선거법을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내년 1월 8일 다른 쟁점법안과 함께 처리하는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12월 31일 자정을 기해 선거구가 무효화되는 초유의 ‘입법비상’ 상황 현실화를 통해 야당과 정 의장을 압박, 쟁점법안 일괄 직권상정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선거구가 무효화되면서 수일간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불가능해지고, 기존 예비후보 등록자도 자격을 상실하게 되는 대혼란이 불가피하다. 권한 침해로 인해 총선 결과에 불복하는 무더기 소송이 제기될 우려도 나온다.
때문에 오는 31일 자정 선거법만 먼저 직권상정하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선거구 획정안을 우선 처리하고 임시국회 종료까지 나머지 쟁점법안의 합의를 종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정의화 의장 직권상정 디데이 언제일까… ‘데드라인’ 코앞 ‘일괄 상정’ 시나리오
입력 2015-12-24 2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