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가족과… 노숙인들과… 고난 속 이웃과 함께한 성탄

입력 2015-12-24 21:20
세월호정부합동분향소가 있는 경기도 안산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23일 열린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하는 성탄예배’에서 희생자 이영만군의 어머니 이미경씨가 아들의 탄생과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안산=전호광 인턴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이 24일 안양역 광장에서 개최한 ‘2015 낮은 곳으로부터 성탄축제’에서 채영남 총회장(오른쪽)이 생필품 등이 든 선물보따리를 독거노인과 노숙인들에게 나눠 주고 있다. 안양=곽경근 선임기자
성탄을 앞두고 한국교회는 이 땅의 가장 낮은 곳으로 임한 예수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랐다. 우는 자들과 함께 울며 위로했고 소외된 이웃을 보듬었다.

◇고통 속 유가족과 함께하는 성탄예배=23일 오후 7시 찾은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 내 세월호정부합동분향소는 조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지난날과 달리 쓸쓸했다. 이날 분향소 앞 주차장에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과 함께 성탄예배를 드리기 위해 25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안산 인천 용인 등지의 70여 교회의 교인과 장신대 총신대 학생들이었다. 이들은 지난 1월부터 매주 주일과 목요일 이곳을 찾아 릴레이 예배를 드려왔다.

예배를 기획한 기독교평화센터 오상열 목사는 “동방박사가 별을 따라가다 예수를 만난 것처럼 세월호 참사로 별이 된 아이들을 통해 아픔과 고난 속에서 탄생한 예수를 상기하고자 예배를 드리게 됐다”고 말했다. ‘우시는 예수님(요 11:34∼36)’을 제목으로 설교한 서울 강서구 큰나무교회 임종수 원로목사는 “고통의 현장에서 막막한 가슴을 치며 괴로워하는 이들을 주님은 결코 혼자 두지 않는다”며 “함께 눈물 흘리고 슬퍼하는 주님의 위로가 세월호 희생자 가족에 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이들이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승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명확한 진상규명을 하는 것이 희생자 가족에게 큰 위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배 중 ‘기억과 기도’ 순서에서는 아기예수의 탄생 및 성장 관련 성경구절(마 2:9∼11, 눅 2:39∼40)을 읽고 세월호 유가족들이 자녀의 탄생과 성장과정에 대해 이야기 하는 시간도 가졌다.

“아들 영만이는 기관지와 식도가 기형으로 태어나 큰 수술을 받았어요. 아들은 자라면서 부모에게 큰 기쁨을 준 선물 같은 아이였습니다.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이미경씨가 세월호로 목숨을 잃은 아들의 탄생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자 참석자들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정예진양의 엄마 박유신씨는 “자녀들의 추억을 쫓아다니는 현실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지만 관심을 보여주는 교회와 성도들이 있어 힘이 난다”며 “시간이 지나도 잊지 말고 지속적으로 기도해달라”고 당부했다.

◇현장을 찾아간 기장과 예장통합=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 임원들도 지난 22일 전남 진도 팽목항을 찾아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을 만나 위로하고 함께 기도했다. 현재 팽목항에는 단원고 2학년 조은화양 등 학생 4명과 교사 2명, 권재근씨와 아내·아들 등 미수습자 9명이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들이 있다.

조 양의 어머니 이금희씨는 “성탄절에 오신 예수님께서 미수습자들 옆에 계시리라 믿는다”며 “미수습자들을 잊지 말고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최부옥 기장 총회장은 “정의와 공의의 하나님께서 여러분의 억울한 눈물을 씻어주시고, 반드시 위로의 때를 열어 주실 것”이라고 위로했다.

가난한 이웃을 지원하는 손길도 이어졌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은 24일 안양역 광장에서 ‘2015 낮은 곳으로부터 성탄축제’를 열고 노숙인들과 함께 아기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했다. 국악 찬양단 ‘세미한소리’는 300석의 좌석을 꽉 채운 노숙인들 앞에서 가야금 해금 장구 등으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연주했다. 노숙인 자활시설 ‘유쾌한공동체’에서 나온 자원봉사자들은 노숙인과 행인에게 따뜻한 차를 대접했다. 예장통합은 노숙인들이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도록 겨울 점퍼를 선물했다. 채영남 예장통합 총회장은 “성탄절은 이 곳에 계신 어르신들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이 예수님이라는 최고의 선물을 주신 날”이라며 “이 땅에서 어려움을 겪더라도 예수님의 사랑을 받으며 평화로운 삶을 살아가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예장노숙인복지회 전덕열 이사장은 “마구간에서 낮은 자의 모습으로 오신 예수님을 생각하며 어려운 상황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위로받는 성탄절이 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서울역 노숙 형제들의 성탄=서울역 노숙인 구호단체인 ㈔해돋는마을과 굿뉴스사관학교도 이날 오전 서울역 13번 출구 신생교회(김원일 목사)에서 ‘2015 노숙형제들과 함께 드리는 성탄축하예배’를 드렸다. 예배에는 장상 전 국무총리 서리와 해돋는마을 김영진 이사장 등이 산타복장을 하고 참석했다. 노숙인들에게 두툼한 내복 한 벌과 수건, 떡과 음료수 등을 나눠 줬으며 예배 후에는 순서담당자 전원이 배식 봉사를 했다.

안산=이사야,

안양=이용상 김나래 유영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