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년 만에 처음으로 자신의 주민등록증을 갖게 된 할머니, 기억하시나요?(5월 9일자 17면) 하도 잘 웃으셔서 ‘스마일 할머니’란 별명을 갖고 계셨죠.
이종순 할머니. 그는 자신의 이름이나 나이, 주소도 없이 무연고로 살아온 우리시대 민초(民草) 중 민초였습니다. 연고가 없어서 전국을 떠돌며 살아 오셨고요. 기초적인 의식주를 해결할 길이 없어 10여년 전부터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로 ‘밥퍼나눔운동’에서 식사를 해오셨습니다. ‘스마일 할머니’란 별명은 함께 식사를 하던 노숙인들이 지어주었다고 하네요.
할머니는 인지 능력이 낮아서 자신의 고향이나 가족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으세요. 두세 단어의 나열이 전부이고요. 그래서 사람을 만나면 손을 잡고 연신 흔들거나 웃는 게 전부입니다.
그러던 차에 다일공동체 밥퍼나눔운동이 할머니에게 큰 선물을 해드렸지요. 바로 할머니의 법적 존재 의미와 가치를 찾아드리는 일이었어요. 그래서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수색 작전’을 벌였고요. 꽤 복잡한 행정 절차도 거쳤지요. 마침내 올 4월 20일, 주민등록증을 받게 되셨지요.
이후 할머니는 어디를 가든 항상 주민등록증을 소지하고 다니십니다. 주민증에 대한 긍지도 대단하셔서 누굴 만나면 보여주며 자랑하신데요. 생활도 나아지셨답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셨고요. 지금은 다일공동체의 도움을 받아 쪽방에서 살아가십니다.
하루 생활은 큰 차이가 없답니다. 할머니는 여전히 밥퍼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계시고요. 소일거리로 파지 수집을 이어가신답니다. 건강도 좋아지셨는데요. 간혹 “아파, 아파” 하며 말씀하시는데 그럴 때마다 밥퍼 봉사자들이 병원까지 모시고 간답니다. 할머니는 의료보호1종 대상자여서 비용도 거의 안 나온 데요. 대한민국 ‘가족’으로서의 권리를 누리는 것이죠.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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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25 20:13 수정 2015-12-25 2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