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과잉 논란’ 전문가들의 진단은… “당장은 주택 공급 과잉 아니지만 내년 이후엔 걱정”

입력 2015-12-24 21:43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 이후 주택 시장 공급이 과잉이냐 아니냐를 두고 시장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전문가들은 지금 당장은 분양률이 높아 공급 과잉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내년 이후 주택 시장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날 여지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내년 미국 금리인상의 영향이 본격화될 경우 매매시장 위축으로 전세난이 심화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유 후보자는 지난 21일 부총리로 지명된 직후 “주택 공급 과잉은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전문가들이 현재 주택 시장을 보는 시각은 단기적으로는 유 부총리 후보자와 어느 정도 비슷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주택 공급이 많긴 했지만 시장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최경환 부총리가 지난해 취임 이후 부동산 살리기에 안간힘을 쏟으면서 전국에서 주택 공급이 폭발했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주택 건설 인허가 규모만 해도 66만7163가구다. 지난해보다 49.6%나 증가한 수치다. 특히 수도권 증가율은 76.5%에 달했다. 2000년 조사 이후 최대치다. 이에 따라 주택 공급 과잉 우려도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 과잉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공급량보다 미분양 가구수를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10월 말 기준으로 전국 미분양 주택은 3만2221가구다. 세계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8년 미분양 주택은 16만5599가구까지 늘어났으며 평년 수준이 7만 가구 내외다. 즉 현재 미분양 수준은 낮은 편으로 주택의 공급과 수요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분양률 등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지금 시점에서 과잉으로 인해 주택 시장이 위험하다 얘기하는 건 성급하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일시적인 내년 이후 공급 과잉 현상으로 주택 시장이 냉각될 수 있다는 점 또한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고성수 부동산대학원장은 “올해에는 미분양이 적어도 올해 주택 건설 인허가를 많이 하면서 내년에는 미분양이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함 센터장은 “경기도 지역 등 일부 지역의 공급은 올해 수준이 내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어 공급 과잉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2017∼2018년 부동산 위기론도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올해 주택이 잘 팔리긴 했지만 제대로 팔린 것이냐는 질을 따질 필요가 있다”면서 “2017, 2018년 입주 물량이 쏟아질 때 실제 입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택을 구입하고자 한다면 2017년 이후 입주가 안 돼 싸게 나오는 물량을 노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내년 주택 시장에 대한 전망도 정부 바람과 달리 흐림에 방점이 찍혀졌다. 특히 전세시장에 대한 우려가 공통적이었다. 권 팀장은 “내년에 미국 금리 인상, 주택 대출 심사 강화 등의 영향으로 주택 시장이 침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매매시장이 위축되면 전세시장으로 관심이 옮겨가 전세난이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함 팀장도 전세시장에 대해선 “월세 전환, 도시 정비사업 등으로 전세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는데 정부의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주문했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