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아이파크면세점’ 등 새로 선정된 서울 시내면세점이 개장하지만 ‘명품 빅3’로 불리는 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 매장이 눈에 띄지 않는다.
HDC신라면세점의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이 24일부터 영업에 들어갔다. 서울에 시내면세점이 추가되는 것은 2000년 5월 SKM면세점(현 롯데 코엑스점) 이후 15년 만이다. 28일에는 ‘갤러리아면세점 63’이 오픈한다. 하지만 이들 면세점에선 매출 상위에 랭크되는 고가 수입 브랜드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등은 찾아볼 수 없다. 내년 ‘그랜드 오픈’까지 최대한 입점시킨다는 계획이지만 유치 실적에 따라 업체 간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기 수입 브랜드 없이 면세점을 개장하게 된 것은 우선 짧은 준비 기간과 무관치 않다. 지난 7월 서울 신규 면세점 업체가 결정된 후 5개월밖에 지나지 않아 브랜드와의 계약 협상 및 매장 오픈까지 시간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었다. 특히 두 면세점 모두 내년 2월 개장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가 정부 방침에 따라 개장 시기가 연내로 앞당겨졌다. 수입 브랜드와 입점 계약을 하더라도 실제 매장 공사 기간까지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 그랜드 오픈 때까지 입점이 힘들다는 전망도 많다.
신규로 시내면세점을 오픈하는 사업자가 늘면서 가뜩이나 ‘콧대’가 높은 이들 브랜드 유치전이 더욱 힘들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이들 빅3 브랜드는 이미지 관리를 위해 기존 서울 시내면세점 매장에 따라 입점 기준이 다를 정도로 지역별 매장 숫자를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루이비통과 에르메스의 경우 롯데면세점 소공점·월드타워점, 신라면세점 서울점에만 입점해 있다. 샤넬은 롯데면세점 소공점·월드타워점에만 있고 신라면세점 서울점에는 입점해 있지 않다.
더욱이 연내 2곳을 비롯해 내년 상반기 2곳 등 모두 4곳의 서울 시내면세점이 추가되는 상황에서 협상의 무게중심은 해당 브랜드 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지난 9월 말 프랑스 파리에서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그룹 회장을 만난 데 이어 지난 17일 에르메스의 국내 첫 패션쇼에 박서원 두산 면세점 전략담당 전무 등 면세업계 관계자가 대거 참석한 것도 브랜드 유치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면세점 정책에 따른 변수가 큰 점도 수입 브랜드와의 협상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면세점 특허 갱신 기간이 5년으로 짧아졌고, 국내 1위 사업자인 롯데면세점이 하루아침에 월드타워점 특허를 잃은 상황에서 브랜드 입장에선 이전보다 더욱 신중히 파트너를 고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면세업계에선 해당 브랜드와의 과거 관계, 면세점 오픈 이후 실적 등에 따라 브랜드 유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문을 연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은 세계 최대 도심형 면세점을 표방하고 있다. 1차 개점은 아이파크몰 3·4·6층에 약 1만6500㎡로, 전체 매장의 60% 정도다. 페라가모, 비비안웨스트우드, 발리 등 수입 브랜드를 비롯해 400개 브랜드로 우선 문을 열었다. 6층에는 270여개에 달하는 국내 화장품, 잡화, 의류 브랜드가 들어서는 ‘K-디스커버리존’으로 구성했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5개월여의 짧은 준비기간 동안 일부 고가 수입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여타 시내면세점에 들어선 대부분의 브랜드를 구성했다”며 “내년 그랜드 오픈에는 600여개 브랜드가 들어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도심형 면세점을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기획] 빅3의 콧대?… 새로 문 여는 면세점에 ‘명품’이 없네
입력 2015-12-25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