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봉사모임 “성탄절은 낮은 곳으로”… 지적장애인 공동체 찾는 ‘독수리형제들’

입력 2015-12-24 18:14 수정 2015-12-24 21:05
CEO 봉사모임 ‘독수리형제들’ 회원들이 23일 오후 경기도 양평의 지적장애인 보호시설인 로뎀의집에서 원생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양평=강민석 선임기자

23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강하면 양평전원교회(이미란 목사) 주방. 흰머리가 보이는 중년 남녀들이 음식을 만드느라 분주했다. 이들은 점심을 먹자마자 손수 만든 음식과 선물을 차에 실었다.

이들이 음식과 선물, 과일 등을 담은 박스를 들고 찾은 곳은 양평 청운면에 있는 로뎀의집. 지적장애인 37명이 생활하는 곳이다. 대문으로 들어서며 “애들아 잘 있었니?”라고 외치자 이정순(44·양평 갈운교회 집사) 원장이 달려 나오며 반갑게 맞이했다. “또 오셨네요. 늘 고맙습니다.”

이들은 이날 성탄축하 행사를 가졌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예쁘게 꾸미고 음악봉사동아리 ‘이듬앙상블’을 초청해 작은 음악회도 열었다. 가져온 음식으로 정신없이 장애인들과 저녁식사를 하고 선물을 모두 나눠준 이들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휴우….”

이날 장애인들에게 산타가 돼 준 이들은 CEO 봉사모임 ‘독수리형제들’이다. 김진환(학지사) 이성(㈜한음) 최창옥(프라임엔터프라이즈㈜) 백충기(㈜나나) 이미란(김치랜드코리아) 대표와 조성식 포스코에너지 상임고문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남문식 참누리한방병원 원장과 이진근 우창산업 부사장, 김광숙 백년동안 대표는 해외 출장 등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이들은 서울대 문헌지식정보 최고위 과정에서 만났다. 졸업여행을 마친 뒤 목회자인 이미란(52) 대표가 봉사모임을 제안했다. 이에 뜻을 같이하는 다섯 명의 CEO가 ‘독수리 5형제’ 모임을 결성, 2012년 겨울부터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회원이 하나둘 늘자 모임이름을 ‘독수리형제들’로 바꿨다.

회원들은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 로뎀의집을 방문한다. 원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자장면. 그래서 이날 메뉴도 자장면과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넉넉히 넣어 다진 미트볼로 정했다.

“자장면을 워낙 좋아하지만 배달시켜 먹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직접 유기농 재료를 구입해서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식기 전에 자장면을 먹으려면 직접 이곳에서 음식을 끓여야 하지요. 원생들이 자장면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제가 다 배부르다니까요.”(조성식 상임고문)

회원들은 장애인들이 원하는 선물 목록을 미리 전달받는다. 그리고 방문 며칠 전부터 선물 구입을 위해 장을 본다.

이 목사는 “원생들이 원하는 선물을 모두 사려면 2∼4일은 족히 쇼핑을 해야 한다”며 “몸은 좀 힘들어도 예수사랑을 나눈다는 생각에 오히려 힘이 샘솟는다”고 말했다. 이어 “독수리형제들과 양파를 까다보면 눈물과 땀으로 범벅이 된다”면서 “그래도 즐거운 마음으로 요리를 만드시는 것을 보면 용맹한 독수리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상임고문과 이 목사는 최근 로뎀의집 법인 설립 때 이사직까지 맡아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골프대회 상금이나 사비를 선뜻 내놓는 회원도 많다. 앞으로 전국 각지에 제2, 제3의 ‘독수리형제들’이 탄생했으면 좋겠다는 게 이들의 소망이다.

양평=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