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세무서 직원 A씨는 지난해 10월 제주시의 세무신고를 대행해주는 회계사를 찾아가 다짜고짜 “돈을 빌려 달라”고 요구했다. A씨가 다름 아닌 세무신고 담당자였던 탓에 부탁을 거절하기 힘들다는 점을 노렸다. A씨는 바로 그날 자신의 계좌로 1000만원을 송금받았다.
A씨는 감사원 감사가 시작되자 거두절미하고 “1000만원은 빌린 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012년부터 최근까지 3000만∼4000만원어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단 한푼도 해당 회계사에게 갚지 않았다. 지난 5월 스포츠토토 당첨금으로 3200만원을 버는 등 최근 3년간 무려 2억9400만원을 걸어 3억100만원을 따기도 했다.
A씨는 이 외에도 2013년부터 2년간 한 사업가로부터 13회 4400여만원을 빌린 뒤 이 중 3650만원만 갚은 것으로 드러났다. 돈은 스포츠토토와 유흥비 지출로 생긴 빚을 갚는 데 탕진했다고 한다.
인천 서구 공무원 B씨는 주민자치센터 동장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2월 가구업체 대표의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빌려 달라”고 했다. 이 주민센터는 이 업체와 책상·의자 700만원어치를 구입하는 수의계약을 체결한 직후였다. 가구업체 대표의 아내는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다. B씨는 감사원 감사가 시작된 지난 7월에야 돈을 갚았다. 알고 보니 B씨는 계약 업체나 부하직원 등 15명으로부터도 적게는 80만원, 많게는 3000만원을 빌리는 방법으로 모두 1억560만원을 받았고, 그 가운데 8710만원만 갚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 공무원 C씨는 청원경찰 채용 업무를 담당하면서 마음대로 합격자를 바꾼 것으로 드러났다. C씨는 면접위원들이 작성한 합격자 명단에서 지인이 제외된 것을 확인하자 임의로 점수를 조작한 뒤 기존 명단은 파기했다. 결국 원래 합격자 명단에 포함됐던 한 명이 불합격 처리되고 말았다.
C씨는 감사원 감사에서 “체력검정시험 때 우연히 본 사람으로, 인사성이 밝고 인성도 좋아 보여 합격시켰을 뿐 청탁을 받은 적 없다”고 항변했다. 또 “합격자 명단을 파기한 건 공식 서류가 아니기 때문이었다”고 강변했다. 특히 C씨는 면접시험 직전 면접위원들에게 “그를 잘 봐 달라”고 부탁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직무 관련 취약 분야 비리’와 ‘소극적 업무처리 등 민원사항’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결과 이처럼 드러났다고 24일 밝혔다. 감사원은 18명에게 징계를 요구하는 등 38건의 감사 결과를 시행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이슈분석] 감사원 감사서 드러난 실태 살펴보니… 기막힌 공무원의 ‘진상 甲질’
입력 2015-12-25 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