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헬조선’ ‘昏庸無道’ 회자돼도 정부는 자화자찬만

입력 2015-12-24 17:22
정부는 지난 1년간 공공 노동 교육 금융 등 4대 부문 개혁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주무부처 장관들은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5 핵심 개혁과제 점검회의’를 통해 공무원연금 개혁,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9·15 노사정 대타협’, 금융관행 혁신, 자유학기제 등을 성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 중에는 공무원연금 개혁, FTA 체결처럼 결과가 나온 것들도 있지만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거나 먼 미래에나 기대할 수 있는 것들도 포함돼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노동개혁과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비롯한 일부 과제들은 국회 입법이 완료되지 못해 반쪽 성과만 거두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개혁이라고 부르는 노동시장 구조개선 과제는 아직 성과를 말할 단계가 아니다. 낮은 수준의 선언적 합의에 불과한 노사정 대타협만으로는 이제 첫 발을 뗐다고 할 정도다. 서비스산업 활성화도 관광호텔 설립 규제 완화만 관철됐고, 나머지 중요한 관련 법안들이 모두 국회에 발이 묶여 있다.

금융위원회는 핀테크 확산을 통해 금융권의 경쟁과 혁신이 촉진됐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금융권의 해묵고 낡은 영업 관행이 핀테크 기업과 종사자 수가 다소 늘었다고 해서 곧 혁신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교육부가 성과로 내세운 자유학기제는 학교 현장에서는 널리 잘 안착했지만 기업과 지역사회들로부터 실습관련 협력 프로그램과 지원을 어떻게 이끌어내느냐가 더 큰 관건이다.

지금 취업난과 생활고에 찌든 젊은이들은 ‘헬조선’을 외치고 있다. 교수사회는 올해의 사자성어로 ‘혼용무도(昏庸無道)’, 즉 나라 상황이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어지럽다는 구절을 꼽았다. 그렇지만 이날 회의에서도 메르스 초기 대응 실패 같은 정부의 과오에 대한 반성은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회의 참가자들은 자화자찬하는 모습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생각이나 해봤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