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경제 주체들이 모두 빚에 허덕이고 있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말 우리 기업의 부채는 1742조5311억원이었으나 2014년 말 2332조3766억원으로 33.8% 증가했다. 중앙·지방정부와 공기업까지 포함하는 가장 포괄적인 형태의 공공부문 부채는 작년 말 현재 957조3000억원으로 2013년 말에 비해 58조6000억원 늘었다.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를 제외하고는 가장 낮고 우리의 재정건전성이 양호하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결코 낙관할 수만은 없다.
올 연말이면 1200조원을 넘을 것이 확실시되는 가계부채의 심각성 역시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개인들, 그중에서도 빚에 시달리는 서민들의 어려운 현실이다. 국민일보 기획보도(‘빚쟁이 서민들, 희망은 어디에’ 23·24·25일자)에 따르면 부지불식간에 빚 폭탄에 휩싸여 언제 터질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저소득층들의 어려움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이들은 불의의 사고에 따른 치료비, 긴박한 생활자금, 영세 자영업의 도산 등으로 인한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딱히 사치를 한 것도 아닌데 먹고살다보니 어느덧 빚더미에 올라앉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의 자활을 돕기 위한 민간단체나 사회적 기구가 보다 활성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편으로는 너무 쉽게 빚을 내고, 또 빚을 내도록 권하는 사회 분위기와 정부 정책이 ‘부채 공화국’이란 오명을 갖는데 한몫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빚을 내 집을 사라고 권하는 등 ‘빚 불감증’이 확산된 것이 사실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후보자 역시 비슷한 시각을 갖고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그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아파트 공급이 과잉이 아니다”, “가계부채 문제가 커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과도하게 경계할 필요는 없지만 너무 쉽게 빚을 내고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회적 흐름은 자제돼야 한다. 빚은 반드시 대가를 요구한다. 빚 폭탄 뇌관의 경고음이 울린 것이 어제오늘이 아니다. 정부는 정부대로, 기업과 가계 역시 채무 조정에 최선을 다해야겠다. 만사불여튼튼이다.
[사설] 빚 가볍게 여기거나 쉽게 권하는 풍조 경계해야
입력 2015-12-24 1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