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재계 총수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부분 대외 활동을 자제하고, 연말·신년 구상에 돌입했다. 장기불황 극복은 물론 그룹 성장세를 이어갈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내년 1월 6∼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16’에 참석하지 않는다. 이 부회장은 상무 시절인 2007년 이후 2013년까지 빠짐없이 CES에 참석했다가 지난해부터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대신 국내에서 새해 사업전략 구상에 전념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화학·방산 분야 계열사를 매각한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조직 개편을 통해 스마트카 전장(電裝) 사업에 진출하고, 바이오 관련 투자에 박차를 가하는 등 신사업 영역 선점을 위해 발 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이 부회장은 기존 주력 사업의 고삐를 바짝 죄기 위해 내년 1월 4∼5일 업종별 계열사 신년식에 참석, 업무보고를 받는 등 분주히 움직일 예정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1월 1일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차례를 지내는 것 외에 연말연초 대부분을 내년 사업 구상에 할애할 계획이다. 특히 최근 출범한 제네시스 브랜드의 안착 등 현대·기아차 브랜드의 질적 가치를 끌어올리고, 친환경 전용차 등을 기반으로 한 미래 성장동력 확보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신수종 사업 분야에 대한 신년 구상에 주력하고 있다. 최 회장이 공백 기간 정체된 그룹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한 방안도 고민 중이다. 최 회장은 최근 “큰 틀에서 성장이 정체된 상황을 극복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 ‘시스템’을 디자인하자”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연말연시에 별도 일정 없이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경영 구상에 전념할 예정이다. 올레드(OLED)TV, 고부가 석유화학 제품 등 주요 사업 분야에서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유지하고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방안 마련에 포커스가 맞춰진다. 친환경 자동차 부품, 에너지솔루션 소재 및 부품 등 신성장 사업 분야에서는 본격적인 성과 창출 전략이 핵심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8일 내년도 임원 인사를 마무리한 다음 신년 메시지를 구상 중이다. 올해 최악의 가족 분란을 겪은 신 회장이 최근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하고 도덕적인 기업 이미지 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관련 내용이 신년사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신 회장은 또 내년 완공 예정인 제2롯데월드 분양, 호텔롯데 상장 등 그룹 관련 주요 이슈를 차질 없이 마무리하기 위한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1월 4일 전경련 시무식에 참석, 신년사를 하고 직원들과 새해 인사를 나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연말연초를 서울 종로구 자택에 머무르며 새롭게 시작하는 면세점 사업과 태양광 사업의 흑자 기조 강화 등에 신경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연말연시 재계 총수들 ‘고심의 계절’… 대외활동 자제 모드
입력 2015-12-24 19:25 수정 2015-12-24 2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