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주·박목월 詩 그림으로 들려주다… ‘시가 있는 그림’展 28일 개막

입력 2015-12-24 19:04 수정 2015-12-24 21:12
서정주의 ‘편지’를 표현한 황주리 작가의 그림.
박목월 시인의 ‘눈이 온 아침’을 화폭에 옮긴 윤시영 작가의 작품.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서정주(1915∼2000)와 박목월(1915∼1978) 시인의 작품이 그림으로 묘사됐다. 서울 강남구 학동로 갤러리서림(대표 김성옥)은 28일부터 내년 1월 12일까지 ‘제29회 시(詩)가 있는 그림’ 전을 연다. 1987년부터 해마다 연말이면 개최해온 시화전(詩畵展)으로 올해는 화가 10명이 두 시인의 대표시를 그림으로 형상화했다.

미당의 시는 ‘편지’로 시작한다. “내 어릴 때의 친구 순실이/ 생각하는가/ 아침 산골에 새로 나와 밀리는 밀물살 같던/ 우리들의 어린 날/ 거기에 매어 띄웠던 그네의 그리움을?” ‘식물학’ 그림으로 유명한 황주리 작가가 그렸다. ‘어린왕자’ 그림으로 잘 알려진 정일 작가는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 삼만리”의 ‘귀촉도’를 붓질했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의 ‘국화 옆에서’는 이중희 작가가 노란 국화로 표현하고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의 ‘푸르른 날’은 금동원 작가가 울긋불긋 꽃그림으로 나타냈다. ‘풀리는 한강가에서’는 이명숙 작가가 색면 추상으로,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는 전준엽 작가가 서정적인 그림으로 풀어냈다.

박목월의 시는 ‘나그네’가 대표적이다.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 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금동원 작가가 바람에 휘날리는 나무와 사람 그림으로 표현하고 경주에서의 봄날을 담은 ‘춘일’은 윤장렬 작가가 아련한 그림으로 들려준다.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라는 구절이 유명한 ‘사월의 노래’는 황주리 작가가, ‘눈이 온 아침’은 윤시영 작가가 눈 속에 파묻혀 있는 홍시 그림으로 나타냈다. ‘가을 어스름’은 노태웅 작가가 그윽한 분위기로, ‘빈 컵’은 황은하 작가가 모던한 그림으로 형상화했다. 전시와 함께 ‘시가 있는 그림 달력’도 만들었다(02-515-3377).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