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대 노조가 있는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노사가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나란히 임금·단체협약에 잠정 합의했다. 각각 지난해보다 인상 폭이 줄었고, 전면파업 등 극단적인 상황도 없었다.
현대차 노사는 이날 새벽 윤갑한 사장과 박유기 노조위원장 등이 마라톤협상 끝에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기본급을 8만5000원 인상하고, 성과급과 격려금을 400%+400만원 지급하는 내용이다. 주간연속 2교대제 근무시간을 1시간 단축하는 대신 생산성을 높여 생산량은 보전키로 했다. 인상 폭은 지난해에 비해 줄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 기본급 9만8000원 인상, 성과급·격려금·장려금 450%+870만원 지급에 합의했다.
쟁점이었던 임금피크제 확대와 통상임금 등 임금체계 개편 문제는 합의에 실패하고 내년으로 공을 넘겼다. 현대차는 현재 조합원 대상으로 59세 임금 동결, 60세는 59세 대비 임금 10% 감소 형태로 일부 임금피크제가 운영되고 있으며, 현대차그룹은 지난 10월 과장 이상 관리직 직원들은 내년부터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노조가 요구했던 해외·국내공장 생산량 노사 합의, 해고자 복직, 징계위원회 노사 동수 구성 등은 수용불가 입장이 확인됐다. 지난해 현대차 직원의 평균 임금이 9700만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내년 현대차 직원 평균 임금이 1억원이 넘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으나 현대차 측은 부인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임금이 높은 장기근속 직원이 많이 퇴직하고, 협력사 직원들의 정규직화 등 낮은 연차 직원들이 늘어나는 상황을 고려하면 평균 임금은 9700만원 밑으로 떨어질 전망”이라고 해명했다.
현대중공업도 임금협상에 잠정 합의했다. 기본급은 동결하며, 격려금으로 기본급의 100%와 150만원을 지급키로 했다. 또한 자격수당 인상 등 임금체계를 개선하고 사내근로복지기금 20억원 출연, 특별휴가 1일 등의 내용에도 합의했다. 기본급 100%에 해당하는 성과금은 자사주로 지급키로 했다. 역시 기본급 3만7000원 인상, 성과급·격려금 250%+200만원을 지급했던 지난해에 비하면 줄어든 내용이다. 현대중공업은 2013년 4분기부터 지난 3분기까지 8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며, 8분기 누적 적자 금액은 4조3782억원에 달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기본급 비중이 낮은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임금은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주요 기업들의 임단협이 마무리 단계다. 기아차 노사도 현대차 노사와 비슷한 수준에서 합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차, 쌍용차 등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나머지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지난 7월 노사 갈등 없이 순조롭게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최악의 적자 행진이 계속되는 조선업체들도 현대중공업을 마지막으로 대부분 임단협을 끝낸 상태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9월 기본급 0.5% 인상 등의 임금협상을 타결했고, 대우조선해양도 9월에 임단협을 완료했다. 합병 후유증을 겪었던 한화테크윈 노사도 지난 15일 기본급 1.5% 인상, 정년 60세 연장, 임금피크제 도입을 골자로 한 임단협을 체결했다.
다만 지난 8월 파업과 직장폐쇄로 맞섰던 금호타이어 노사는 임단협을 마무리짓지 못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일부 격려금 지급 등과 관련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
파업 않고도… 성탄 전날 손 맞잡은 현대차·중공업 노사
입력 2015-12-24 19:24 수정 2015-12-24 2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