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의사소통의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공감하며 만들어낸 신조어는 더욱 그렇다. 올해 대학생들은 가장 많이 쓴 신조어로 ‘금수저’를 꼽았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신조어는 ‘덕력’이었다.
대한민국 홍보 연합동아리 ‘생존경쟁’은 이달 중순 대학생 2015명을 대상으로 올해 가장 많이 사용한 신조어를 조사한 결과 ‘금수저’가 31.0%로 1위를 치자했다고 24일 밝혔다. ‘금수저’는 부자인 부모를 둬 취업·대입 등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사람이나 계층을 지칭하는 말이다. 반대의 경우는 ‘흙수저’라 불린다.
2위는 지옥처럼 암울하고 혹독한 한국사회라는 뜻의 ‘헬조선’(23.8%)이었다. 이어 취업·결혼 등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세대라는 의미의 ‘N포세대’(12.8%), 상대적으로 취업이 잘되는 학과나 조건을 가리키는 ‘취업깡패’(11.9%) 등이 꼽혔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순위에 오른 신조어를 살펴보면 대학생들이 희망을 찾기 어려운 고달픈 한 해를 보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답답하고 고달픈 현실은 특정 분야나 취미에 몰두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를 반영하듯 네이버 국어사전 검색빈도 1위에 ‘덕후의 공력’을 줄인 ‘덕력’이 올랐다. ‘덕후’는 특정 분야에 광적으로 몰두하는 사람을 뜻하는 일본어 ‘오타쿠’를 네티즌들이 줄여 쓰는 말이다. ‘덕력’은 마니아가 관심 분야에 열정을 쏟는 정성의 크기를 말한다. 올해 방송가에서는 ‘능력자들’(MBC)을 비롯한 덕후와 그들의 문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잇따라 등장했다.
이어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의 줄임말·주관이 뚜렷하고 유머가 있으며 지적 매력도 있는 남성) ‘예지앞사’(예전이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사랑해라는 문장의 앞글자만 딴 단어) ‘와리가리’(반격을 받지 않고 적을 쓰러트리는 게임 기술) ‘엘롯기’(프로야구에서 인기가 많지만 성적은 하위권을 맴도는 LG트윈스, 롯데자이언츠, 기아타이거스 구단) 등이 검색빈도가 높았다. 이런 신조어는 정식 국어사전엔 없는 말이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대학생들 고달팠던 2015… 올해 가장 많이 쓴 신조어 금수저·헬조선·N포세대 順
입력 2015-12-24 2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