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온유가 2학년이 됩니다 정직한 기도의 힘이죠… 중보기도 물결 일으킨 장종택 전도사

입력 2015-12-25 20:24 수정 2015-12-25 20:35
76일간의 병원 생활을 마치고 퇴원한 뒤 온유네는 경기도 동두천의 동성교회에서 부활주일 예배를 드렸다. 예배를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었다. 장종택 전도사가 온유를 안고 있다. 도서출판 예수전도단 제공
따뜻한 이웃의 이야기는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줍니다. 지난 한 해 동안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토요판에 보도돼 사람들의 마음에 은혜의 꽃을 피워준 이들이 있습니다.


SNS를 통해 정직한 기도운동을 불러일으킨 온유양, 한국인으로서 첫 유럽난민 구호 사역을 펼친 김수길 조숙희 선교사 부부, 주민등록증을 갖게 된 ‘스마일 할머니’, 기도모임을 결성한 27명의 사모들, 마음이 아픈이들에게 희망의 소리를 전하는 이철환 동화작가의 그 후 이야기를 전합니다. 한 해의 마지막 주를 장식한 제호 ‘그 후’는 온유양의 손글씨입니다.

2015년 1월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정직한 중보기도의 물결을 일으켰던 ‘온유 아빠’ 장종택(47·경기도 동두천시 동성교회 협동) 전도사님을 기억하시는지요. ‘기도는, 기적을 만들었다’(3월 28일자 18면)란 제목으로 병상의 딸 온유를 위한 아빠의 특별한 기도 이야기를 소개했습니다.

당시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유치원 졸업식을 앞둔 온유가 ‘항NMDA수용성뇌염’으로 1월 20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입원했습니다. 고열에 호흡곤란과 6시간마다 발작을 일으킨 온유는 의식이 없었습니다. 기도 없이는 1분 1초를 버틸 수 없었던 아빠는 힘겹게 고통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딸을 보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SNS에 소식을 올리며 온유를 위한 정직한 중보기도를 부탁한 거죠. 많은 이들이 온유를 응원했고 중보기도했습니다. 그리고 기적은 일어났지요.

고난주간을 며칠 앞두고 온유는 깨어났습니다. 어눌한 목소리로 “예수님 예수님”이라고 외쳤습니다. 76일 만에 퇴원한 온유는 기도 후원자들의 바람대로 교회에서 부활의 주님을 찬양했습니다. 전도사님은 부활절 아침 SNS에 이런 소식을 올렸습니다. “부활은 2000년 전 과거의 한 사건이 아니라 현재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는 실제입니다. 할렐루야!”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의 한 공연장에서 전도사님을 다시 만났습니다. 그동안 ‘데스퍼레이트 밴드’ 리더요, CTS라디오 진행자, 예배사역자로 참 바쁘게 사셨다고 합니다. 최근엔 올 초부터 온유를 간호하며 썼던 병상일기를 모아 ‘온유야, 아빠야’(예수전도단)란 책도 출간했고요. 마침 이날 북콘서트가 열린다고 해서 찾아갔던 겁니다. 많은 분들이 오셨더라고요. 아마도 온유 소식이 궁금했던 거겠지요.

온유는 며칠 전 처음 입원했던 때와 비슷한 증상으로 응급실을 찾았다고 합니다. 4월 퇴원 이래 이런 응급 상황은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그동안 온유는 많이 뛰어놀지는 못해도 한 달에 한 번씩 항암치료를 받으며 비교적 잘 지내왔다고 합니다.

지난 14일 온유는 머리가 아파 학교에서 조퇴했습니다. 이튿날 상태가 악화됐고 병원에서 상황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밤새 열을 내리기 위해 엄마 아빠는 온유의 몸을 닦고 또 닦았습니다. 아빠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기도뿐. 전도사님은 다시 SNS에 글을 띄웠습니다. ‘긴급 기도 부탁드립니다. 온유가 38.9도의 고열과 심한 두통을 호소해 가까운 병원에 갔는데 감기도 폐렴도 아니었답니다. 이전 온유가 의식을 잃기 전 상황과 무척 비슷하답니다… 정직한 중보기도가 온유를 살렸는데 다시 긴장감을 가지며 부탁을 드립니다. 오늘 밤, 온유가 평안한 밤을 누릴 수 있도록 중보기도 부탁드립니다.’(12월 15일 장 전도사 ‘페이스북’에서)

249개의 댓글이 달렸고, 860여명이 ‘좋아요’를 눌렀습니다. 밤새 온유를 위한 중보기도의 불씨는 활활 타올랐고 아이는 그 밤을 무사히 넘겼습니다.

전도사님의 이야기에 사람들은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상황을 전하는 전도사님의 얼굴은 평안해 보였습니다. 심지어 환하게 웃기까지 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전도사님은 지난 3월에도 그랬습니다. 아픈 딸을 곁에 두고 어떻게 웃을 수 있을까요.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라 그렇습니다. 하나님의 능력을 잘 알기에 편안합니다. 그러니 믿는 자들이 어떻게 습관적으로 기도할 수 있겠습니까. 정직한 기도를 드려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렇게 기도를 하면 우리의 갈 길은 정해집니다. 비록 좁은 길이라도 순종하며 걸어갈 수 있는 것이지요. 온유를 통해 우리는 하나님을 움직인 정직한 기도의 힘을 느꼈습니다.”

새해 온유는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갑니다. 전도사님에 따르면 온유는 친구들과 노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책 읽는 것도 좋아하고요. 동화 속 예쁜 공주들의 스티커를 스케치북에 붙이고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합니다. 공부는 싫어하지만 공부는 잘한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우리 온유는 천재인가 봅니다. 하하하.

온유가 내년에는 여행도 다니고 건강하게 뛰어놀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온유를 살렸던 정직한 중보기도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한국교회를 위해서도 계속 활활 타오르기를 소망합니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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