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마흔아홉, 몽블랑 둘레길을 걷다] 장거리 도보여행은 명상의 한 형태

입력 2015-12-24 17:51

몽블랑(Mont Blanc)은 프랑스의 소도시 샤모니 위로 우뚝 솟아 있는 설산이다. 장엄하면서도 친근한 아름다움으로 해마다 수많은 사람을 불러들이지만 한해 100여명의 등반가를 죽음으로 내몰기도 한다.

여행가인 저자는 몽블랑을 오르기보다는 주변을 일주한다는 생각으로 여행을 떠났다. 약 170㎞에 이르는 몽블랑 둘레길은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에 걸쳐 있다.

“장거리 도보여행은 명상의 한 형태이며 산을 경험하는 것은 곧 자신의 일부를 경험하는 것이다.” 루소, 니체, 다윈처럼 걸으면서 영감을 얻고 창의적인 발상을 떠올린 인물들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루트 짜기, 숙소 선택, 유용한 준비 물품, 주의를 요하는 위험 요소 같은 실용적인 정보도 충실히 담고 있어 이곳으로 여행을 떠나려는 이에게 좋은 가이드 역할을 해준다.

“내가 생각하는 인생의 도전이란 순간에 머무는 것이다. 속도를 늦추고 마음을 열어 지금 당장 일어나는 뜻밖의 일들을 경험해야지 과거나 미래에 지나치게 얽매여서는 안 된다.” 진지한 사색과 자기 성찰, 담백한 유머가 어우러진 여행담이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몽블랑에서 촬영했다는 영화 ‘히말라야’를 보고 책을 읽으면 더 실감날 것 같다. 서정아 옮김.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