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초고층 빌딩인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가 착공 5년2개월(1880일)만인 지난 22일 상량식을 가졌다. 그동안 각종 괴담에 시달리면서도 한층 한층 올려 123층을 쌓아올렸다. 공사는 9부 능선을 넘었고, 내년 1월 첨탑을 올리면 외형 공사는 마무리된다. 제2롯데월드 건설공사 총책임자인 김종식(56) 총괄소장은 초고층빌딩 건설 초기부터 현장을 지켜왔다. 상량식이 끝나고 한숨 돌린 23일 김 소장을 만나 소회를 들어봤다.
-그동안 안전문제를 둘러싼 괴담까지 떠돌아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 같다.
“언론에 혼나면서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초기 여론 대응에 실패하다 보니 우리 의사를 표현할 방법이 없더라. 계속 위험하다는 보도가 나오니 공사현장에 있어야 할 내가 도면을 갖고 언론사를 찾아가 해명을 해야 했다. 구조 안전에는 문제가 전혀 없고, 모두 승인받은 제품을 쓰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샘플 시험성적서도 갖고 가서 보여줬다. 작년에 싱크홀 문제와 석촌호수 물 빠짐 현상을 놓고 여론의 뭇매를 맞을 때는 정말 무력감을 느꼈다. 공사는 자신 있었는데 외부의 불안한 시선이 제일 힘들었다. 낡은 하수도관 탓에 도로가 20∼30㎝ 주저앉은 것인데, 미국 플로리다나 과테말라의 거대한 싱크홀과 연관시켜 괴담이 떠도니 감당을 못하겠더라. 우린 ‘싱크홀이 롯데월드타워를 삼켜버렸다’고 자조했었다.”
-석촌호수 물 빠짐과 싱크홀은 어떻게 결론 났나.
“석촌호수는 인공호수인 데다 지하수위가 호수 바닥 4m 지하에 있어 물이 빠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물을 채워 넣어야 한다. 롯데월드 바닥은 그보다 지하로 20m 더 내려가 암반에 안착돼 있다. 바닥은 호상편마암으로 강도가 최상인 A급 암반이다. 싱크홀은 석회암 등에서 생기지 화강암 지역에선 발생할 수 없다. 하천학회와 지반공학회, 농어촌학회 등 학계뿐 아니라 서울시와 국민안전처도 별도로 다시 검증했다. 서울시는 ‘석촌호수 물 빠짐으로 롯데월드의 지반붕괴 우려나 건물에 영향이 없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국민 불안감이 지금도 여전해 안타깝다.”
-건물 안전에 대해 간단한 수치로 설명해줄 수 있나.
“롯데월드타워는 무게가 75만t이나 되는 건물이다. 서울시 인구 1000만명(75㎏ 성인남성 기준) 무게와 같다. 이런 하중을 견디도록 지하 38m 깊이까지 터를 파고 화강암 암반층에 30m 길이 직경 1m의 파일 108개를 설치했다. 이어 그 위에 6.5m 두께의 콘크리트를 깔았다. 세계 최고층인 부르즈칼리파는 이 콘크리트 두께가 3.8m다. 바닥 화강암 강도가 최상급이더라도 어느 정도 침하는 불가피하다. 부르즈칼리파는 완공 후 70㎜ 정도 침하됐다. 우린 설계치가 39㎜ 침하였는데, 현재 11㎜만 침하돼 있다. 건물이 완공돼 100% 하중을 받아도 15㎜ 정도의 침하에 그칠 것이다.
또 롯데월드타워 설계 기준은 규모 6.0의 지진, 풍속 30m를 견디면 되는데 실제로는 규모 9.0의 지진, 초당 80m 풍속까지 끄떡없게 지어졌다. 지진 1도 차이는 규모로 30배 차이가 난다. 규모 6과 8은 900배, 9와는 2700배 차이가 난다. 롯데월드타워는 2400년 주기로 한번 나타나는 규모 9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는 내진설계를 했다. 10대 초고층 빌딩 중 6개를 보유한 중국 등 세계 어느 건물과 비교해도 가장 안전하다고 자부한다.”
-건축비가 당초 예상보다 많이 들어갔다고 하던데.
“처음에는 건축비를 2조원대로 예상했던 것 같은데 최종적으로 3조8000억원은 넘을 것 같다. 손익분기점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사실 초고층 빌딩은 수익성을 따지면 짓기 힘들다. 60층 이상을 넘어서면 건축비가 2∼3배 뛴다. 세계 10대 초고층 건물 가운데 중국이 6개나 되는데 이건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부르즈칼리파나 사우디의 메카로열클락타워도 국가에서 지은 것이다. 민간기업이 지은 것은 롯데월드타워가 최초가 아닐까 싶다.”
-이제 큰 공사는 다 끝난 것 아닌가.
“아직 인테리어 공사가 남아있어 안전에 가장 신경써야 할 때다. 인테리어 작업은 밀폐된 공간에서 이뤄져 통제나 관리감독이 더욱 어렵다. 본격적인 인테리어 공사가 시작되면 최대 7000명 정도의 인력이 동시에 작업을 한다. 통제권 밖의 근로자들이 많아진다는 얘기다. 협력업체들과 최상의 자율안전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현장에는 손혈관 인식 출입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출입카드를 줬더니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더라. 또 인부들의 손은 지문이 사라진 경우도 있어 회전게이트에 손혈관 인식 시스템을 도입했다. 여기서는 출입 전 음주측정도 한다. 전날 술기운이 남은 상태에서 고공에서 일하면 큰일 나기 때문이다.”
-제2롯데월드 주차요금 받는 문제는 어떻게 보나.
“그건 내 소관이 아니어서 말하기는 그런데 옆에서 보면 참 안타깝다. 에비뉴엘 백화점은 고급스럽지만 나머지 쇼핑몰이나 수족관, 영화관 등은 누구나 편하게 와서 노는 곳이다. 9000원짜리 영화 보면서 1만원 이상 주차비를 내라고 하면 누가 오겠나. 제2롯데월드 쇼핑몰은 중하위 가격대의 상품들로 구성돼 있다. 푸드코트 음식도 가격대가 천차만별이어서 부담이 전혀 없다. 건물 자체가 고급으로 보여 비싸다는 인식이 있지만 에비뉴엘 백화점을 제외하면 서민들이 놀고 즐기는 곳이다.”
-과거 경험했던 조그만 공사현장과 뭐가 가장 다른가.
“역시 소통이더라. 대규모 프로젝트는 언론뿐 아니라 내·외부 파트너들과의 소통이 엄청나게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한 곳이라도 잡음이 나서는 전체를 망칠 수 있다. 파트너사와 설계, 컨설팅 등 600여개 세계적인 업체들과 한 치의 오차 없이 소통하면서 작업해야 한다. 고기능·고기술의 수만 가지 재료·부품을 적재적소에 조달하는 문제부터 현장에서 조립하고 설치하는 공법 등 수많은 일이 톱니바퀴처럼 정교하게 굴러간다. 현재도 맨 꼭대기에선 철탑을 올리는 작업, 그 아래서는 콘크리트 타설, 그 아래서는 인테리어 작업이 동시에 진행 중이다. 어디서 무슨 문제가 발생할지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다.”
-최고의 전문가들이 포진했을 텐데.
“간단하게 말해 용접만 해도 최고의 기술자들이 포진해 있다. 철골이 워낙 크고 고강도이기 때문에 웬만한 기술자는 엄두를 못 낸다. 최고의 용접공이 아니면 못 버틴다. 또 현장에서 하이라이트는 콘크리트다. 롯데월드타워에는 일반 콘크리트의 3배 이상 고강도이자, 화재 발생시 3시간 이상 버티는 고내화 콘크리트를 사용했다. 여기에는 최고의 배합기술이 필요하고, 현장에서 생산해 최고 500m 상공으로 올려야 된다. 우리 콘크리트 팀장은 부르즈칼리파 건설 때도 일한 최고의 베테랑이다. 고강도 철골은 포스코가 강도를 최대화하고 판 두께를 최소화한 제품을 최초로 개발해 투입했다. 초고층빌딩은 수만 가지 최고 기술과 인력의 총집합체다.”
노석철 사회2부장 schroh@kmib.co.kr
[데스크 직격 인터뷰-김종식 제2롯데월드 총괄소장] “롯데월드타워, 9.0 지진·초속 80m 강풍 견뎌”
입력 2015-12-24 19:56 수정 2015-12-24 2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