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작은 해안도시 주민 1600명이 세계 최대 규모의 당첨금으로 유명한 성탄복권 ‘엘 고르도(El Gordo)’에 당첨돼 각각 40만 유로(약 5억원)의 대박을 터뜨렸다. 특히 인근 고등학교에서 주민들에게 되판 복권 수백장이 모두 1등에 당첨됐다.
22일(현지시간) AP통신과 BBC방송 등에 따르면 스페인 남부 알메리아주 로케타스 데 마르시의 한 복권판매소에서 올해 엘 고르도의 1등 번호인 ‘79140’ 복권 1600여장이 나왔다.
총상금 22억 유로(약 2조8000억원) 규모의 엘 고르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당첨자를 뽑는 것으로 유명하다. 1등에게는 각각 40만 유로를 준다.
1등 복권 중 절반가량은 옆 동네인 라우하르 데 안다락스 지역의 한 고교가 이탈리아 수학여행 자금을 마련하려고 대량 구입했다가 주민들에게 되판 것으로 알려져 스페인 전역이 떠들썩하다. 8000억원의 행운 폭탄을 맞은 주민들은 기념 티셔츠까지 만들어 입고 축배를 들었다. 주민들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온 여행객 일부도 1등의 행운을 누린 것으로 알려졌다.
가브리엘 아마트 시장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정말 축하할 일”이라고 지역신문에 밝혔다. 인구 9만1000명인 로케타스 데 마르의 실업률은 31%로 스페인 평균 실업률 21%보다 훨씬 높다.
우리말로 ‘뚱보’라는 의미를 지닌 엘 고르도 복권의 역사는 1763년 시작됐다. 당첨금을 소수에게 몰아주는 다른 복권과는 달리 많은 구매자들에게 분배해 스페인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매년 12월 말이면 교복을 입은 어린이들이 나무로 된 동그란 공을 뽑아 당첨자를 가리는 모습이 TV로 생중계된다.
복권판매소에서 원하는 번호를 직접 고를 수는 없어 특정 번호의 복권을 구매하려면 인터넷을 통해 그 번호를 파는 판매소를 찾아야 한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월드 화제] 스페인 한마을 ‘8000억 행운폭탄’
입력 2015-12-24 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