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전시 산사태 현장에서 67시간 만에 기적적으로 구조된 생존자는 공단에 근무한 지 열흘밖에 안 된 신참 노동자였다. 8m 아래 흙에 깔렸던 그는 주변에 있던 해바라기씨를 먹으며 버틴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CCTV 등은 23일 오전 6시40분 선전 광밍신구 류시공업원 부근의 산사태 잔해 속에서 실종자로 분류됐던 톈쩌밍(19)씨를 구출했다고 보도했다. 구조대는 이날 새벽 1시 톈씨의 매몰 위치를 확인한 뒤 3시30분 톈씨를 발견하고 3간여의 구조 작업을 벌였다. 당시 톈씨는 8m 두께의 흙더미에 깔려 있었다고 인민망은 전했다. 산사태 발생 순간 무너진 건물과 문으로 생긴 공간을 확보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톈씨는 구조대원에게 사고 직후 주변에 떨어져 있던 과쯔(瓜子·해바라기씨 등에 소금과 향료를 넣고 볶은 것)와 유자 등 간식거리를 먹고 버텼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사고 후 좁은 공간에서 어머니를 많이 생각했으며 반드시 빠져나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남은 힘을 다해 돌로 벽을 두드렸다고 말했다.
구조 당시 의식이 있었고 근처에 다른 생존자가 있다는 사실도 구조대에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톈씨보다 먼저 같은 장소에서 구조된 생존자는 이날 오전 9시30분 숨진 것으로 발표됐다.
지난 20일 오전 발생한 이번 산사태로 건물 33개 동이 매몰되거나 파손됐으며 축구장 53개 면적인 38만여㎡가 토사로 뒤덮였다. 현재 구조 현장에는 2100명의 무장 경찰을 포함해 4000여명의 구조 요원이 투입돼 있고 190대의 굴착기와 235대의 소방차 및 응급차가 대기 중이다. 아직 70여명이 실종 상태다.
하지만 생존자들과 실종자 가족들은 구조 작업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1일 밤 11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구조 작업이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몇몇 가족들은 “구조 작업 진행 상황을 보기 위해 산사태 현장에 올라갔지만 굴착기 등이 멈춰 있는 것을 봤을 뿐”이라고 말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8m 흙더미 뚫고… 中 선전 산사태 첫 생존자
입력 2015-12-23 21:48 수정 2015-12-24 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