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년간 빈민구제에 헌신한 벽안의 천사… 국민추천포상 국민훈장 받는 독일인 신부 안톤 트라우너씨

입력 2015-12-23 21:13
왼쪽부터 올해 국민추천포상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는 안톤 트라우너 신부와 고(故) 정석규 전 신양문화재단 이사장, 목련장을 받는 김기룡씨와 고 장옥철 선장. 행정자치부 제공

독일 출신으로 한국에 와 50여년간 빈민구제와 의료·교육활동에 헌신한 안톤 트라우너(한국명 하 안토니오·93) 신부가 국민추천포상 국민훈장을 받는다.

행정자치부는 2015년 국민추천포상 수상자 68명을 확정하고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정부포상 수여식을 갖는다고 23일 밝혔다.

국민훈장 모란장(2등급)을 수상하는 트라우너 신부는 6·25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1958년 부산으로 파견돼 동항성당 주임신부로 지내면서 빈민구제 활동을 펼쳤다. 우암동 판자촌 일대 피란민들에게 사비를 들여 식료품과 생필품 등을 무료로 나눠줬다. 1965년에는 기술학원을 설립하고 독일에서 재봉틀 10대를 후원받아 학생들에게 봉제기술을 가르쳤다. 이 학원은 한독여자실업학교(현 부산문화여고)로 발전했고 70년대엔 매년 졸업생 100여명이 독일에 간호사로 취업하기도 했다. 77년에는 조산원을 설립해 92년까지 2만6000여명의 저소득 산모 출산을 지원했다.

지난 5월 86세로 별세한 고(故) 정석규 전 신양문화재단 이사장도 국민훈장 모란장이 추서된다. 정 전 이사장은 1972년부터 국제로타리에 장학기금 24억원을 기부하는 등 44년간 학교와 복지관, 교육기관 등에 451억원을 기부했다.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만성 신부전증 환자를 위해 신장을 기증하고 마라톤을 하며 장기기증을 홍보하는 김기룡(44) 창원 토월초등학교 행정실장은 국민훈장 목련장(4등급)을 받는다. 지난 4월 서귀포 해상에서 화재로 어선이 침몰해 표류하던 선원 9명을 악천후 속에서도 구조한 고(故) 장옥철(향년 54세) 선장에게도 목련장이 추서된다. 캄보디아 빈민아동을 위해 학교 3개를 지어준 김동명(55)씨 등 7명은 국민포장을 받는다.

37년간 무료 위문공연을 하고 2004년부터 매년 독거노인과 장애인을 위해 이동목욕차량 1대씩을 후원하는 등 총 7억8000만원을 기부한 가수 현숙(본명 정현숙·56)씨 등 18명과 홍도주민구조대 등 단체 3곳에는 대통령표창이 돌아갔다. 강석문(65)씨 등 19명은 국무총리표창, 양종현(67·장학회 회장)씨 등 17명은 장관표창을 받는다.

국민추천포상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묵묵히 나눔을 실천하고 의로운 일을 한 공로자들을 국민 추천으로 발굴해 정부가 포상하는 제도다. 2011년 도입돼 지난해까지 ‘울지마 톤즈’의 주인공 고(故) 이태석 신부 등 150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행자부 관계자는 “올해는 예년에 비해 포상 추천 건수가 크게 늘었고 수상자들도 신체장애 등 어려움을 극복하고 나눔과 사랑을 실천한 분이 많았다”고 밝혔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