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광촌 학생 얘기’ 뮤지컬로 서울 무대 오른다… 삼척 도계高 ‘뺀지와 철조망’

입력 2015-12-23 22:16
강원도 삼척 도계고교 뮤지컬 반 학생들이 지난 22일 서울에서 열리는 뮤지컬 공연을 앞두고 연습하는 모습. 도계고교 제공

강원도 삼척 도계고교는 오는 30일 서울 성신여대 대공연장에서 창작 뮤지컬 ‘뺀지와 철조망’을 공연한다.

뮤지컬 공연 1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공연에는 재학생 22명과 졸업생 2명 등 24명이 무대에 오른다. 이들은 80분 동안 화려한 춤과 노래, 연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30여명의 학생들은 분장과 소품관리, 무대설치, 안내 등 스태프로 나서 공연의 완성도를 높인다.

이 작품은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위해 만들어졌다. 2006년 당시 흡연과 학교폭력을 일삼던 도계고 학생들에게는 강한 체벌도, 학생부장의 엄포도 전혀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교사들을 무시하고 대들기 일쑤였다.

2009년 퇴임한 전인국(67) 전 교장은 30여명의 ‘일진’ 학생들을 교장실로 불러 모았다. 전 교장은 “춤추고 노래하는 것”이 유일한 흥밋거리라는 얘기를 학생들로부터 듣고 뮤지컬 제작에 뛰어들었다.

전 교장이 직접 대본을 썼고, 현재 이 학교에서 학생부장을 맡고 있는 최승국(52) 교사가 뮤지컬 지도를 담당했다.

뮤지컬은 자퇴생으로 구성된 불량조직 ‘철조망’이 도계고 학생들의 아지트를 점령하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재학생들은 ‘뺀지’라는 조직을 결성한 뒤 ‘철조망’과 패싸움을 벌여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 ‘막장체험’ 징계를 받는다. 아버지가 일하는 탄광에서 막장체험을 하던 중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학생들이 부모님의 소중함을 깨닫고 모범생으로 변해간다는 내용으로 끝을 맺는다.

2006년 12월 학교 축제에서 초연한 공연은 대박을 터뜨렸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 뮤지컬은 50여 차례 공연됐고, 전국청소년연극제 단체부문 은상, 강원청소년연극제 뮤지컬 부문 1위 등 각종 상을 수상했다.

뮤지컬을 통해 문제의 학생들은 물론 교사들의 행동이 변했다. 교내폭력과 흡연이 눈에 띄게 줄었고 학생들에 대한 교사의 관심도 더욱 뜨거워졌다.

최승국 교사는 “뮤지컬은 학생들에게 꿈과 끼를 발산할 수 있는 기회를 심어준다”면서 “‘뺀지와 철조망’이 이번 공연을 통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청소년 창작뮤지컬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삼척=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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