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삼척 도계고교는 오는 30일 서울 성신여대 대공연장에서 창작 뮤지컬 ‘뺀지와 철조망’을 공연한다.
뮤지컬 공연 1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공연에는 재학생 22명과 졸업생 2명 등 24명이 무대에 오른다. 이들은 80분 동안 화려한 춤과 노래, 연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30여명의 학생들은 분장과 소품관리, 무대설치, 안내 등 스태프로 나서 공연의 완성도를 높인다.
이 작품은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위해 만들어졌다. 2006년 당시 흡연과 학교폭력을 일삼던 도계고 학생들에게는 강한 체벌도, 학생부장의 엄포도 전혀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교사들을 무시하고 대들기 일쑤였다.
2009년 퇴임한 전인국(67) 전 교장은 30여명의 ‘일진’ 학생들을 교장실로 불러 모았다. 전 교장은 “춤추고 노래하는 것”이 유일한 흥밋거리라는 얘기를 학생들로부터 듣고 뮤지컬 제작에 뛰어들었다.
전 교장이 직접 대본을 썼고, 현재 이 학교에서 학생부장을 맡고 있는 최승국(52) 교사가 뮤지컬 지도를 담당했다.
뮤지컬은 자퇴생으로 구성된 불량조직 ‘철조망’이 도계고 학생들의 아지트를 점령하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재학생들은 ‘뺀지’라는 조직을 결성한 뒤 ‘철조망’과 패싸움을 벌여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 ‘막장체험’ 징계를 받는다. 아버지가 일하는 탄광에서 막장체험을 하던 중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학생들이 부모님의 소중함을 깨닫고 모범생으로 변해간다는 내용으로 끝을 맺는다.
2006년 12월 학교 축제에서 초연한 공연은 대박을 터뜨렸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 뮤지컬은 50여 차례 공연됐고, 전국청소년연극제 단체부문 은상, 강원청소년연극제 뮤지컬 부문 1위 등 각종 상을 수상했다.
뮤지컬을 통해 문제의 학생들은 물론 교사들의 행동이 변했다. 교내폭력과 흡연이 눈에 띄게 줄었고 학생들에 대한 교사의 관심도 더욱 뜨거워졌다.
최승국 교사는 “뮤지컬은 학생들에게 꿈과 끼를 발산할 수 있는 기회를 심어준다”면서 “‘뺀지와 철조망’이 이번 공연을 통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청소년 창작뮤지컬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삼척=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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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촌 학생 얘기’ 뮤지컬로 서울 무대 오른다… 삼척 도계高 ‘뺀지와 철조망’
입력 2015-12-23 2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