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보상법 ‘합헌’- 韓日청구권협정 ‘각하’

입력 2015-12-23 22:04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징용 피해자 유족들이 23일 한일청구권협정 헌법소원을 각하한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일제 강점기에 군인·노동자로 강제 징용된 피해자에 대한 우리 정부의 보상 범위와 기준에 문제가 없다고 헌법재판소가 결정했다.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받지 못한 임금 등 미수금을 1엔당 2000원으로 환산해 지급하는 기준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관심을 모았던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대해서는 청구를 각하하며 위헌 여부 판단을 피해갔다.

헌재는 23일 ‘태평양전쟁 전후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지원법’ 5조 1항 등에 제기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6(합헌) 대 3(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미수금을 1엔당 2000원으로 환산해 지급키로 한 산정 방식은 나름의 합리적 기준으로 화폐가치를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국적을 갖고 있지 않은 피해자들을 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 조항도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6년 동안 결론을 내리지 않았던 한일청구권협정 2조의 위헌 여부는 별도로 따지지 않고 각하했다. 이 조항은 ‘한·일 양국 및 그 국민 간의 청구권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한 것이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일본 정부와 전범기업들은 이 조항을 근거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헌재는 한일청구권협정 2조의 위헌 여부가 청구인이 서울행정법원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 아무런 법률적 효력을 미칠 수 없기 때문에 애초 위헌심판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들의 청구권이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소멸됐는지를 아예 판단하지 않은 것이어서 피해자와 일본 정부·기업의 법적 다툼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