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는 21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36년간 한국에 머물며 민주화운동 현장을 함께 지켰던 캐나다인 구미혜(윌라 커넨·사진) 선교사 추모 예배를 드렸다.
구 선교사는 대학생 시절 캐나다 토론토대학에서 이우정 박사를 만나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1954년 한국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한국 땅을 처음 밟았다. 초창기 경남 거제도와 전북 익산 등에서 사역하던 그는 1970년 서울로 올라왔다. 이후 기장여신도전국연합회에서 일하며 민주화운동을 펼친 교계 인사들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었다.
1976년 명동성당에서 개신교와 가톨릭이 공동으로 개최한 3·1운동 기념미사에서 당시 서울여대에서 해직당한 이우정 교수가 민주구국선언을 낭독할 때도 자리를 함께했다. 1990년 출국할 때까지 기장 협력 선교사로 지내며 민주화 운동 현장을 지켰다.
김상근 전 기장 총무는 추모 예배에서 “구 선교사는 당시 민주화운동 소식을 세계 여러 교회에 알리기 위해 밤을 새워가며 번역해 주신 민주화운동 영문번역사이자 세계적 연대의 탯줄이었다”면서 “아현동 허술한 아파트에서 살면서도 항상 물을 아껴 쓰는 등 검소한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구 선교사는 1990년 캐나다로 돌아가면서 “인권, 민주화, 통일을 위한 투쟁이 한국에서 일어나는 동안 기장 총회 사무실에서 일하며 나는 인간으로서, 여성으로서, 기독교인으로서 성장할 수 있었다”며 “통일이 되는 날 가장 먼저 달려 오겠다”는 소회를 남겼다. 구 선교사는 캐나다로 돌아간 뒤 뇌졸중으로 7년 넘게 투병하다 지난 7일 향년 89세로 세상을 떠났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한국 민주화 운동 산 증인… 구미혜 선교사 추모예배
입력 2015-12-23 2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