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출자구조 등을 이용해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총수 일가의 책임 경영이 갈수록 후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3일 ‘2015년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에서 40개 대기업 계열사 1365개 중 총수 일가가 1명 이상 등기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은 21.7%(294개사)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총수 일가가 경영권을 행사하며 배당 등을 통해 수익을 챙기면서도 등기임원을 맡지 않으면 경영 부실 등에 대한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워진다. 권한은 누리되 책임은 지지 않는 구조인 셈이다.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대기업 계열사 비율은 2012년 27.2%에서 매년 하락세다. 특히 2013년 8월부터 등기임원 보수 공개가 의무화되면서 등기임원을 내려놓는 총수 일가는 계속 늘고 있다. 23개 계열사를 거느린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계열사 어느 곳에도 이사로 등재되지 않았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자녀 가운데 등기이사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유일하다. 이건희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사업부문장 사장은 등기임원을 맡고 있지 않다. SK와 한화그룹은 2개 계열사, 신세계그룹은 1개 계열사에만 총수 일가가 임원으로 등재돼 있다. 그룹을 책임지는 총수가 계열사 이사로 전혀 등재돼 있지 않은 대기업은 삼성 SK 현대중공업 한화 두산 신세계 LS 대림 미래에셋 태광 이랜드 등 13곳이었다.
총수 일가 권력을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사외이사들은 ‘거수기’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최근 1년간 대기업 계열사의 이사회 안건 5448개 중 사외이사 반대 등으로 부결되거나 수정된 안건은 단 13건(0.24%)에 그쳤다. 총수가 있는 대기업 이사회의 사외이사 비율도 49.5%로 전년(49.8%)보다 0.3% 포인트 줄었다.
이성규 기자
희미해지는 ‘오너일가 책임경영’… 계열사 등기이사 등재 22%도 안돼
입력 2015-12-23 2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