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주식시장 결산] 상장·거래대금 늘었지만 또 박스권… 올 증시 헛심만 썼다

입력 2015-12-24 04:13

올해 코스피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연평균 2000선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KB투자증권에 따르면 올 들어 22일까지 코스피지수 평균은 2012.58이다. 폐장일인 30일까지 남은 4거래일 동안 폭락하지만 않으면 연평균 2000선은 지켜진다.

그러나 신바람 나는 한 해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반기 들어 증시가 침체돼 다시 박스권(1800∼2100선)을 맴돌았기 때문이다. 희망 속에 출발했지만 6년째 박스권에 머물게 된 코스피를 두고 KDB대우증권은 ‘도로무공(徒勞無功·헛되이 애만 쓰고 아무런 보람이 없음)’이라고 표현했다.

이 사자성어처럼 애는 많이 썼다. 올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산한 일평균 거래대금은 8조9131억원(지난 21일 기준)으로 지난해의 5조9590억원보다 49.5%나 늘었다. 올 한 해 유가증권·코스닥시장에 신규 상장한 기업도 128개(상장예정기업 포함)에 달한다. 이는 벤처 붐이 일던 2002년의 178개사 이후 13년 만의 최대 규모다.

연초에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 지연과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등의 영향으로 유동성 장세가 펼쳐졌다. 지난 4월 23일 코스피 종가가 2173.41을 기록하며 박스권 상단을 뚫었다. 코스닥지수도 7월 20일 782.64까지 올라 800선을 넘보기도 했다.

그러나 그리스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와 중국 증시 폭락 등 악재가 잇따르며 증시가 휘청거렸다. 특히 중국 경기 둔화와 미국 금리 인상 우려라는 G2 리스크는 내내 증시를 짓눌렀다. 이 같은 외부 악재뿐 아니라 국내 기업들의 실적 악화 우려도 지수를 끌어내리는 요인 중 하나였다. 코스피지수는 8월 24일 장중 1800.75까지 추락했다. 올 상반기 한국 주식을 10조원 가까이 사들였던 외국인투자자들은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빠르게 자금을 빼냈다. 결국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은 4년 만에 ‘팔자’로 돌아섰다.

코스닥지수도 8월 말 610선으로 주저앉더니 이후 700선을 다시 넘어서지 못했다. 올 들어 22일까지 코스닥지수 평균은 674.72로 2007년 이후 최고치다.

올해 코스피200 기업 중 수익률 1위는 한미약품이다. 이 회사는 대규모 기술 수출계약을 여러 건 성사시키며 주가가 연초 대비 593.1%(22일 기준) 오르는 대박이 터졌다. 한미약품이 속한 의약품 업종은 주가가 80.9% 올라 업종 수익률 1위다. 제약주와 함께 화장품·여행·면세점주 등 유커(중국인 관광객) 관련주도 올 한 해 뜨거웠다. 유커 관련주의 대표 격인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말 22만2000원이던 주가가 7월 장중 45만550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공포와 ‘가짜 백수오’ 파동이 유커 관련주와 제약·바이오주 강세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삼성그룹의 분쟁 등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 이슈도 시장을 크게 들썩이게 했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전략센터장은 “외견상 올해도 증시가 박스권에서 제자리걸음한 것처럼 보이지만 속을 살펴보면 종목이나 업종에 따라 희비가 극단적으로 엇갈렸다”고 평가했다.

30일 거래를 끝으로 폐장하는 주식시장의 내년 첫 거래일은 1월 4일이다. 평소보다 1시간 늦은 오전 10시 개장한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