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지난 10일 밤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을 찾았다. 시리아 재정착 난민 163명을 직접 환영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공항에서 “캐나다가 마음을 여는 방식을 세계에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파리테러’ 이후 난민 수용 반대 여론이 힘을 받던 상황이라 국제적 반향이 컸다. 캐나다 이민국은 내년 말까지 시리아 재정착 난민 5만명을 수용할 방침이다.
우리나라도 23일 적극적 난민수용 제도인 재정착 난민제도를 처음 시행했다. 태국 난민캠프에 머물던 미얀마 난민 네 가족 22명이 이날 오전 8시30분 한국 땅을 밟았다.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대기하던 법무부, 유엔난민기구(UNHCR) 관계자 등 20여명에게 서툰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라고 말하며 손을 흔들었다. 길게는 19년간 난민캠프에서 생활해온 이들이다.
공항에 도착한 난민 가족 몇몇은 준비된 환영행사에 다소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아이들은 카메라 플래시에 놀라기도 했지만 곧 밝게 웃었다. 캠프 밖 세상이 어색한 듯 엄마 손을 꼭 붙들고 놓지 않는 아이도 있었다.
2남3녀를 둔 쿠뚜(44)씨는 반팔차림이었다. 그는 “미얀마에 전쟁이 많아 난민캠프에서 지냈다. 한국 사람들이 우리와 얼굴, 음식이 비슷하고 정이 많아 오기로 결정했다”며 “환영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자녀들을 위해 한국에 왔다. 여기서 평범한 생활을 하며 살고 싶다”고 덧붙였다. 대한적십자사는 겨울 추위를 감안해 현장에서 패딩점퍼를 기증했다.
난민 가족들은 22일 오전 9시30분 태국 메솟 국제이주기구(IOM) 센터를 출발해 2층 버스로 9시간가량 달려 방콕에 도착했다. 아이들은 처음 보는 차창 밖 풍경을 신기해했다.
방콕의 야경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고 한다. 이들은 방콕 수완나폼 공항에서 5시간에 걸친 출국 절차를 밟았다.
법무부는 당초 유엔난민기구에서 미얀마 난민 일곱 가족 38명을 추천받았었다. 지난 10월 현지 면접조사 때 세 가족이 한국 생활을 희망하지 않아 제외됐다. 한국행을 적극 희망한 네 가족이 최종 선발됐다.
김영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은 “오늘은 우리 난민정책 역사에서 뜻 깊은 순간이다. 박해와 역경을 딛고 첫걸음을 내디딘 난민 가족들에게 뜨거운 환영을 전한다”고 했다. 더크 헤베커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대표는 “난민 가족들이 잘 정착하려면 지역사회와 주위의 따뜻한 환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재정착 난민 첫 수용 미얀마 네 가족 22명 입국… “환영해줘 감사… 자녀 위해 한국에 왔다”
입력 2015-12-23 2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