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서 집사라” 부추기더니… 3분기 가계 빌린 돈 40조 넘어 ‘역대 최대’

입력 2015-12-23 21:26

국민의 지갑 사정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 빚을 내 집을 사거나 소비를 늘리면서 올 3분기 가계와 비영리단체가 은행 등에서 빌린 자금이 분기 기준으로 사상 처음 40조원을 넘어섰다.

한국은행은 23일 ‘3분기 자금순환(잠정)’에서 7∼9월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자금조달액은 40조7000억원으로 전 분기(36조9000억원)보다 3조8000억원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자금순환표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분기별 증가액이 40조원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자금조달은 은행 등 금융사에서 빌린 차입금과 정부융자, 상거래외상 등을 포함한다.

가계부채 급증은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및 내수부양 기조와 맞물려 있다. ‘빚내서 집 사라’는 정부 정책과 함께 자동차·가전제품에 대한 개별소비세 인하가 이어지면서 가계 지출을 부추겼다는 평가다. 주택담보대출이 포함된 금융기관 장기차입금은 29조6000억원으로 전 분기(26조9000억원)보다 3조원 가까이 크게 늘었다. 금융부채가 늘어나면서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3분기 순금융자산(금융자산-금융부채)은 1695조원으로 전 분기(1712조5000억원)에 비해 17조5000억원이나 감소했다. 순금융자산 증가액이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2011년 3분기(58조6000억원 감소) 이후 4년만이다.

당장 써야 할 돈이 늘어나면서 미래대비용 자금은 줄었다. 3분기 보험 및 연금액은 17조1000억원으로 전 분기(20조5000억원)보다 3조4000억원 감소했다. 가계가 한정된 소득 안에서 소비를 늘린 탓에 매달 일정한 금액이 빠져나가는 보험 등을 해약하는 등 비소비지출을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시중의 자금은 자본시장으로 몰렸다. 은행 등에 예치한 자금은 18조6000억원으로 전 분기(32조5000억원)보다 크게 줄었지만, 주식·펀드 투자자금은 13조8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0조원가량 늘었다. 하지만 주가가 하락하면서 개미투자자들은 손실을 감내해야 했다. 올 9월 말 기준 코스피지수는 1962.8로 3개월 전보다 111.4포인트, 코스닥지수는 63.8포인트 각각 하락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