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의 나라’ 이탈리아의 한 마을에서 나무로 불을 피우는 장작 화덕으로 피자를 굽지 못하게 하는 일이 발생했다. 공기 오염 때문이다.
영국 BBC방송 등은 2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 인근에 위치한 인구 6000명의 산비탈리아노시가 공기 오염의 원인으로 장작 화덕을 지목하며 피자 전문점 등에서 장작 화덕 사용을 금지했다고 보도했다. 공기 오염을 줄이는 특수 장치를 설치한 경우에만 장작 화덕을 쓸 수 있다.
경찰은 피자를 굽는 음식점, 빵을 굽는 베이커리 등을 돌아다니면서 단속에 나설 예정이다. 이 방침을 위반할 경우 1032유로(약 130만원)까지 벌금을 물릴 수 있다. 장작 화덕은 우선 내년 3월까지 사용이 금지되며 상황에 따라 금지 기간은 연장될 수 있다.
공기 오염은 산비탈리아노시의 고질적인 문제다. 현지 언론 일마티노는 산비탈리아노시의 공기 질이 중국 베이징보다도 나쁘며, 올해 배출가스 배출량은 허용치의 114배나 초과했다고 전했다. 배출가스 허용치의 86배를 초과한 대도시 밀라노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장작 화덕이 공기 오염의 주범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항의했다. 주민들과 피자욜로(피자 만드는 사람)들은 지난 20일 시 청사 앞에서 시의 방침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한 주민은 “나폴리에는 산비탈리아노시보다 더 많은 피자 전문점이 있는데 이렇게 공기가 오염되지 않았다”면서 “시 당국이 공기 오염의 진짜 원인은 밝히지 않고 우리에게 너무 큰 피해를 준다”고 비난했다.
이탈리아 요리 잡지사에 근무하는 파트리지오 카레르는 “피자를 만들 때 나는 냄새나 연기 때문에 건물 내에서 항의하는 경우는 봤어도 시에서 피자 전문점에 공기 오염의 책임을 묻는 경우는 처음 본다”면서 “지나친 처사”라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말했다.임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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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화제] 伊 공기오염, 원인은 화덕 피자?
입력 2015-12-24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