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에 허덕이고 있는 카리브해 소국들로 세계 각지 부호들이 몰려들고 있다. 세인트키츠 네비츠, 도미니카 연방, 그레나다 등 이 지역 섬나라들이 시민권을 미끼로 부동산 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나섰다. 미국 등 서방 투자자들은 국적 취득을 통한 절세 혜택을, 이란 등 여행제한이나 경제제재 국가 투자자들은 국적 세탁을 통한 운신의 자유를 덤으로 얻어 이를 악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자체 대출을 통한 관광 산업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들이 자국 내 부동산 투자와 시민권 부여를 패키지로 엮은 상품을 선보여 새로운 관광경기 붐을 일으키고 있다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 중동, 심지어 미국 등 많은 부유층들이 최소 20만 달러(약 2억3500만원) 이상을 투자하고 혜택을 받았다. 이는 현지에 힐튼과 하얏트 등 대형 호텔 체인들의 신규 리조트 건설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글로벌 자산운용업체 에이펙스캐피털파트너스는 올 한 해 카리브해 국가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이 2000여명으로 5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거액 투자자들에 대한 영주권 부여 자체는 새로운 발상이 아니지만 카리브해 국가들은 이를 상품화·간소화해 하나의 트렌드를 창출해냈다고 WSJ는 전했다.
문제는 ‘투자-시민권 획득 패키지’가 국적 취득을 통한 각종 탈법 행위에 이용되는 경우다. 특히 이들 국가는 무(無)과세에 가까워 미국 투자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미 재무부는 주요 금융기관에 “특정 국가의 개인 투자자들이 여권을 얻기 위해 (카리브해 투자를) 악용하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이란 국적의 투자자들이 경제제재를 피해가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건희 기자
카리브해 섬나라 시민권이 지구촌 부호 관심 끄는 까닭
입력 2015-12-23 2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