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發 제주행 제주항공, 여객기 여압장치 고장 숨죽인 저공비행… 숨막힌 20분

입력 2015-12-23 20:23 수정 2015-12-23 22:15
제주로 향하던 제주항공 여객기가 기내 압력조절장치 고장으로 고도를 급격히 낮추는 바람에 승객들이 공포에 떠는 사고가 발생했다.

제주항공은 23일 오전 6시30분쯤 승객 152명을 태우고 김포공항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항공기(7C101)의 여압장치가 고장 났다고 밝혔다.

여압장치는 항공기가 높은 고도에서 운항할 때 기내 압력을 조절하는 설비다. 이륙한 지 48분 만인 오전 7시18분 여압장치가 고장나자 1만8000피트(약 5500m) 상공을 운행하던 항공기는 8000피트(약 2400m)까지 급속도로 하강했다. 이 고도를 유지하며 20여분을 운행한 끝에 오전 7시37분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승객들은 고도를 낮추는 과정에서 일어난 급격한 압력 변화로 귀와 몸에 통증을 호소했고 일부는 호흡 곤란을 일으켰다. 어린이들은 놀라 울음을 터뜨렸다.

승객 이모(58)씨는 “이륙 후 얼마 되지 않아 귀에서 찌릿찌릿 소리가 나면서 고막이 터질듯한 고통을 느꼈다”고 말했다. 승객 김모씨(43)도 “머리가 깨질 듯 아프고 속이 울렁거리며 구토감을 심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일부 승객들은 “앉아있던 좌석에서 산소마스크가 작동되지 않아 승무원의 지시에 따라 자리를 급히 옮겨 마스크를 착용했다”고 말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산소마스크는 비상시 자동으로 공급되는 안전장치인 만큼 작동에는 이상이 없었다”며 “일부 승객들이 좌석 앞에 떨어진 산소마스크 사용법을 몰라 승무원들이 착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조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승무원들의 대처가 적절치 못했다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한 승객은 “고통을 호소하며 거세게 항의하자 그제서야 승무원들이 물을 공급하고 산소마스크 착용을 당부했다”며 “승객들이 화가 나 제주공항에 도착한 후 항공사 측에 격렬하게 항의했다”고 말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제주공항에 정상 착륙해 안정을 원하는 승객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처치를 했다”며 “놀란 승객들을 병원으로 후송하려고 응급차까지 대기시켰지만 승객 대부분이 별 이상이 없는지 집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항공안전감독관 등 3명을 제주로 급파해 해당 항공기 장비에 이상이 발생한 원인과 점검을 제대로 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2011년 7월 7일 김포발 제주행 여객기 내 여압장치를 조종사가 제때 작동시키지 않아 국토교통부로부터 과징금 1000만원과 해당 조종사 업무정지 1개월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