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서 ‘눈물의 빵’ 6년… 최지만, 빅리거 됐다

입력 2015-12-23 21:30
최지만이 23일 인천 나은병원 국제의학연구소에서 가진 LA 에인절스 입단 기자회견에서 오른손으로 V자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윈터미팅에서 ‘룰5(Rule5) 드래프트’를 통해 에인절스의 지명을 받은 최지만은 6년간의 마이너리그 생활을 청산하고 내년 빅리그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연합뉴스

또 한 명의 메이저리거가 탄생했다. 그 주인공은 마이너리그에서 무려 6년이나 눈물 젖은 빵을 먹은 최지만(24)이다.

최지만은 23일 인천 나은병원 국제의학연구소에서 LA 에인절스 입단 기자회견을 열었다. 1루와 외야를 두루 맡는 스위치 타자인 최지만은 11일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에서 ‘룰5(Rule5) 드래프트’를 통해 에인절스 지명을 받았다. 룰5 드래프트를 통해 영입한 선수는 다음해 메이저리그 25인 로스터에 포함된다.

최지만은 긴 시간 마이너리그에서 자신과 사투를 벌였다. 그는 “솔직히 눈물이 났다. 6년이라는 시간이 머릿속에서 지나갔다. 루키 때부터 어떻게 지나갔고, 어떻게 아팠고, 어떻게 수술을 했는지 등이 모두 생각났다”면서 “잘 참아왔다는 생각에 저 스스로는 대견하다는 말을 했던 것 같다”고 했다.

인천 동산고를 졸업한 최지만은 2010년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했다. 첫해 마이너리그 루키리그 타격왕에 올랐고, 역대 시애틀 선수 중 최초로 마이너리그에서 1000타석을 채우지 않고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포함될 만큼 성장속도가 빨랐다. 하지만 올해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첫 시범경기에서 상대팀 주자와 충돌해 발목이 골절되는 부상을 당했다. 지난 8월 중순 부상을 털고 일어나 시애틀 산하 트리플A 팀에 복귀한 최지만은 18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8, 1홈런 16타점의 성적을 올렸다.

최지만은 추신수(33·텍사스 레인저스) 이후 두 번째로 마이너리그를 통해 빅리그에 올라간 한국인 선수가 됐다. 그는 “자부심을 느낀다. ‘한 명이라도 올라가야 마이너 선수들이 희망을 품고 올라갈 생각을 하지 않겠나’라고 생각했다. 동기부여가 될 거 같다”고 말했다.

마이너리그부터 단계를 밟아 메이저리그를 꿈꾸는 야구 꿈나무들에게도 조언했다. 최지만은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우울증이나 향수병에 걸리면 야구가 안 된다”며 “나 역시 그럴 때마다 추신수 형이 많이 잡아줬다. 신수형이 ‘말로만 하지 말고 보여줘라. 그게 프로다’고 말씀했는데 그 한마디가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고교 때는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가장 큰 모욕감을 느낀 건 팬들이 날 외면했을 때”라며 “관심과 손길 하나가 마이너 선수들에게는 감사하다. 마이너 선수들에게 좀 더 많은 관심을 두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최지만은 류현진(28·LA 다저스)의 동산고 후배다. 류현진으로부터 축하인사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신수형은 전화했는데, 아직 현진형은 시차 때문인지 연락을 안 하더라. 이제 LA에서 만나게 됐는데, 꼭 밥 한번 사 달라”고 농담을 던졌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