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지도 제작자들은 여행은커녕 자신이 태어난 고장을 벗어나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자신이 사는 곳을 중심으로 여행자에게 들은 황당무계한 이야기 또는 상상했던 환상적인 세계를 지도 위에 표현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세계 지도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라토스테네스가 그린 것이다. 그의 지도는 유럽과 아시아, 중동의 일부로 단순하게 이뤄졌지만 이후 1500년 동안 제작된 다른 지도에 비하면 제법 정확했다. 기독교가 지배하던 중세 유럽은 지도의 암흑기로 세상은 에덴동산에서 시작돼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발끝에서 끝났다. 불과 600년 전에 콜럼버스가 겁도 없이 잘못된 지도를 들고 서쪽으로 배를 몰지 않았다면, 마르코 폴로가 중국 항저우를 물 위에 지어진 도시라고 허풍을 떨지 않았다면, 사람들은 아직도 세상 바깥쪽이 괴물들의 땅이라고 믿고 있을지 모른다.
지도는 인류가 어떻게 문명을 발전시켜 왔는지 한눈에 볼 수 있는 바로미터다. 지도는 역사를 기록하는 동시에 역사를 만드는 독특한 물건이다. 방송 다큐멘터리 작가 출신으로 다양한 소재에 대해 인문학적 글쓰기를 해온 저자는 이번에 지도를 소재로 인류의 역사를 다뤘다. 지도 역사상 가장 흥미롭고 의미 있는 순간을 골라 생생하게 풀어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손에 잡히는 책-지도 위의 인문학] 역사를 반영하고 만들기도 한 지도
입력 2015-12-24 17: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