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짐스 라이언] 사자가 준 용기, 아픈 소년 살렸다

입력 2015-12-24 17:54
책은 병실 문이 열리고 위풍당당한 사자가 들어오는, 범상치 않은 첫 장면으로 시작한다. 만화와 동화의 독특한 결합은 환상적이다. 들판에 환자복을 입고 쓰러져 있는 소년, 주변에서 달려드는 늑대 무리들. 그리고 갈기를 휘날리는 사자…. 처음 몇 페이지에 걸쳐 글자도 없이 이어지는 만화 컷들은 주제를 암시하면서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낸다.

주인공 소년 짐은 무시무시한 병에 걸렸다. 자신과 같은 병에 걸린 사람들이 거의 다 죽었다는 사실을 안다. 수술로 나을 수 있다곤 하지만 겁이 난다. 의사 선생님들이 자신을 재우고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보내 버릴까봐서다. 병원 침대에 누워 눈 내리는 창밖을 보며 우울해하는 짐. 그 때 아프리카에서 온 간호사 바미 선생님은 코코아 한잔을 건네며 비법을 귀띔해준다. 머리 속 온갖 기억 가운데서 동물을 끄집어내라는 것이다.

“그 동물 중 한 마리가 바로 네 길잡이야. 의사 선생님들이 너를 어디로 보내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길을 찾아 줄 길잡이.”

엄마, 아빠와 함께 갔던 바닷가를 떠올리며 기분이 좋아지는 순간, 수평선에서부터 뚜벅뚜벅 걸어오는 동물이 있다. 사자였다. 수술을 견뎌 낼만한 상태인지 의사조차 장담하지 못했지만 짐은 수술대에 오른 긴 시간 동안의 공포와 불안을 이겨내고 멋지게 귀환한다. 환한 크리스마스 아침이다. 짐은 사자가 위험에 빠진 자신을 구하기 위해 어둠을 뚫고 달려오는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희망과 용기를 주는 이야기가 환상적인, 멋진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영국 동화책이다. 신예 삽화가 알렉시스 디컨의 만화 같은 삽화가 없었다면 효과는 반감됐을 것이다. 감동이 사자처럼 뚜벅뚜벅 걸어오는 책이다. 천미나 옮김.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