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에게 가족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 전하고 싶습니다. 공연을 보신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더군요. 공연장을 나서면서 아버지 생각이 났다고, 어머니가 보고 싶었다고….”
23일 서울 용산구 한 카페에서 만난 윤세민(56) 경인여대 영상방송학과 교수는 뮤지컬 ‘목련을 기억하다’를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윤 교수는 ‘목련을 기억하다’의 연출 전반을 총괄하는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지난 4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첫선을 보인 작품은 오는 31일까지 공연된다.
‘목련을 기억하다’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한 남자와 그의 가족 이야기다. 남자는 사고로 아내를 잃었다. 병 때문에 치매 증상이 심해지자 자식들은 그를 요양병원에 보낸다. 남자의 모든 ‘기억’은 가뭇없이 사라져간다. 하지만 자택 마당에 있던 목련에 대한 기억은 지워지지 않는다. 목련은 남자에게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와 부부의 행복했던 시절을 상징하는 꽃으로 그려진다.
“요즘 대학로에서 하는 뮤지컬이나 연극 보신 적 있으세요? 대다수 작품이 선정적이거나 상업적입니다. 전반적으로 ‘더하기’가 많아요. 신파적 요소를 더하거나 억지웃음을 자아내는 장면을 덧붙인 게 많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저희 작품은 다릅니다. ‘빼기’의 미학에 집중한 순수한 작품입니다.”
용산구 온누리교회 집사인 윤 교수는 성균관대에서 철학, 동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을 공부했다. 중앙대 대학원 등지에서도 수학했다. 무역회사에 다니던 그는 1983년 기독 잡지 ‘신앙세계’에 입사해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86년 월간 ‘빛과소금’으로 이직했고 89∼95년 이 잡지 편집장을 지냈다. 당시 ‘빛과소금’ 발행인은 온누리교회 설립자 고 하용조(1946∼2011) 목사였다.
“하 목사님은 열정이 대단한 분이셨어요. 잡지와 관련해 한밤중에도 저에게 전화를 하곤 하셨죠. 목사님한테 많이 혼나기도 했고 칭찬을 듣기도 했어요. 언젠가 기회가 되면 하 목사님의 사역을 정리한 책을 쓰고 싶습니다. 쉬운 문장과 작법으로 목사님의 삶과 신앙세계를 정리하고 싶어요.”
윤 교수는 다재다능한 사람이다. 뮤지컬 예술감독이면서 시인이자 문화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한국출판학회 회장에도 선출됐다. KBS 시청자위원회 위원,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가 가장 애착을 갖는 ‘분야’는 무엇일까.
“저는 교수, 즉 교육자입니다. 교수가 해야 하는 일은 세 가지예요. 교육 연구 봉사. 학생을 가르치면서 공부를 하고, 자신의 달란트를 세상에 나누는 게 교수의 사명이죠. 문화 분야에서 쌓은 지식과 경험을 이웃과 나누며 살고 싶습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목련을 기억하다’ 예술감독 윤세민 교수 “가족의 소중한 가치 뮤지컬에 담았어요”
입력 2015-12-23 2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