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호가 내려도 매수세 뚝 강남 재건축 최대 5000만원↓… 찬바람 부는 부동산시장

입력 2015-12-24 04:07



“매물은 나오는데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 이달 들어서는 거래는커녕 매수 문의도 거의 끊겼다고 보면 된다.”

서울 강남의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23일 최근 주택시장 분위기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고 전했다.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고는 있지만 사겠다고 나서는 수요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계절적 비수기에 정부가 지난 14일 발표한 대출규제 정책까지 덮친 탓이다. 여기에 미국발 금리 인상, 국내 부동산 시장의 공급 과잉 여파까지 불어닥치면서 관망세가 확산되는 양상이다.

서울 강남 개포동의 재건축 단지인 주공 1단지는 매매가격이 3000만∼4000만원 하락했지만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전용면적 36㎡의 경우 지난달 최고 7억원까지 거래됐지만 현재 6억7000만원에 나와 있다. 9억4000만원까지 거래됐던 전용 49㎡는 9억원에도 팔리지 않는다. 강동구의 재건축 단지인 둔촌 주공도 시세가 4000만∼5000만원 떨어졌다.

지난달 초 4억8000만∼4억9000만원에 거래되던 고덕 주공 3단지 전용 48㎡는 4000만원 정도 떨어진 가격에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역시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이 지역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집을 알아보던 고객들에게 가격이 떨어졌다고 연락해도 좀 더 지켜보겠다고 한다”며 “여러 요인으로 내년 집값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쏟아지니 관망세가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권도 냉랭하다. 노원구 상계동의 경우 전세난을 피해 집을 구매하려는 수요자가 많은 지역이었지만 최근 분위기가 급변했다. 노원구의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나와 있는 매물들의 호가가 떨어져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당분간은 가격대나 거래량이 지금 같은 상태를 유지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경기도 신도시를 비롯한 주요 수도권 단지도 마찬가지다. 지난 10월 시세가 5억8000만원까지 올랐던 군포 산본동 래미안 하이어스 전용 85㎡의 경우 5억5000만∼5억6000만원으로 시세가 2000만∼3000만원 떨어졌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1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5879건에 그치고 있다. 지난달 1만3건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 셈이다. 최근의 관망세가 반영되면 연말 거래량 감소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12월 거래량이 지난해 12월의 6676건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최소한 내년 1분기까지는 현재의 기류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집을 구매하려는 수요자들이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의 파급효과를 지켜보면서 매수 시기를 저울질할 것이라는 의미다.

다만 주택경기 위축 기조가 일시적 현상에 불과할 것이라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내년 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난이 심화될 경우 다시 집값이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세난에 떠밀린 세입자들이 다시 내 집 마련에 나서면서 주택경기가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