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챔피언 키우려면 지원 기준부터 바꿔야”… 전경련 제안

입력 2015-12-23 21:33
한국형 ‘히든챔피언’(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우량 강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중소·중견기업에 한정된 지원 기준을 개선하고, 기업 규모에 따라 증가하는 성장 장애물도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23일 ‘독일 사례로 본 히든챔피언 정책 및 제도 개선 방안’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한국형 히든챔피언 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히든챔피언 육성 대책과 한국형 히든챔피언 63개의 현황을 발표하며 대상을 중소·중견기업에 국한시켰다. 세계적인 히든챔피언 기준이 계열관계·지분구조·자산규모에 관계없이 매출액 6조원 이하 기업인 것과 대조된다. 한국형 히든챔피언으로 선정된 63개 기업의 평균 매출액(761억원)은 전 세계 히든챔피언의 매출액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전경련은 중소·중견기업으로 한정된 히든챔피언 정책이 오히려 정부 지원책에만 안주하게 하는 이른바 ‘피터팬 증후군’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히든챔피언인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진입하게 되면 중단되거나 축소되는 지원 제도도 세제 분야 38개, 수출·판로 분야 10개 등 총 80개에 이른다. 중견기업에 진입한 중소기업의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제도도 기존 25%에서 15%로 축소돼 조세 부담이 높아진다. 국내 기업은 자산 총액이 5000억원을 넘을 경우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에도 적용돼 중소기업과 경합이 심한 경우에는 사업 축소, 확장 자제 등 사업 활동의 불확실성도 감수해야 한다.

전경련은 기업 자산 규모에 따라 증가하는 각종 규제 수도 줄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산 규모별 규제 수는 자산 3000억원일 경우 28개, 자산 5000억원 이상 40개, 자산 2조원 이상 56개, 자산 5조원 이상 86개, 자산 10조원 이상 98개 등으로 자산 규모가 커질수록 장애물이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히든챔피언 강국인 독일은 중소기업 육성 정책 외에 규모별 차별 정책이 없다. 전경련은 “국내 히든챔피언을 육성하려면 규모별 규제 폐지, 성장 유인형 지원 제도 마련 등을 통한 기업 경영환경 개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